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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그래서 나는 억만장자와 결혼했다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16 18: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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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여기 혹시 연봉이 130억원 이상이신 분 계신가요? 아, 오늘도 가난한 사람들만 모였군요!"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 놓고 한 여배우의 독백이 시작된다.

배우로 살아가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굶어죽기 딱인 가난한 배우. 그녀는 지금처럼 최저임금으로 일해 봤자 "억만장자가 되기까지 400만년은 걸릴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1826명의 억만장자 중 33위의 남자를 잡아 결혼해버리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폭로는 억만장자들이 보여주는 상식 밖 사치부터 시작한다. 러시아 석유 재벌이라는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자국 천연가스를 팔아 번 돈으로 심심하면 호화 요트를 바꾸고, 전 세계 95%의 사람은 평생 비행기도 못 타보는데 억만장자 기 랄리베르테는 생일에 우주로 휴가를 떠났다며 "그들에게 지구에서의 휴가는 너무 진부해진 일"이라고 비꼰다.

아울러 억만장자의 기부 활동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에 대해 자본 계급으로 가난한 이들을 착취하다가 이제야 기부를 하겠다는 것은 재미로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든 것 정도의 수준과 마찬가지라며 그 위선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자본 계급을 비판하지만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아이폰에는 열광하고 억만장자들이 만든 브랜드 제품은 앞다퉈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당연하다 여겼던 경제 불평등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고발하는 이 당당한 결혼 선언은 그 어떤 고발보다 강렬하다.

이 책은 프랑스의 연극 '억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을 옮긴 것이다. 원맨쇼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특유의 예리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비판이 담겨 있어 공연을 시작하자마자 프랑스에서 열렬한 찬사를 받았으며 지난 2012년 디나르에서 열린 희극연극 축제에서 그랑프리를 받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극에 등장하는 유일한 배우 오드레 베르농은 3년 동안 경제를 공부하면서 직접 대본을 썼다. 공연을 시작한 후로는 다양한 시사프로그램에 경제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파업 현장을 방문해서 공연을 하는 등 프랑스 내에서도 '투쟁의 아이콘'이며 배우 본인도 무대를 '투쟁의 장'으로 여기고 있다. 출판사 한빛비즈, 가격은1만3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