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적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40년 만에 사실상 사망선고인 '청산절차'를 밟는 가운데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회계법인의 평가에 따라 '폐지론'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잠식당한 수출노선을 감안해 '회생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977년 설립된 한진해운은 30여년이 지난 2009년 12월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으며, 이후 '호황기 시절' 2011년 1월7일 주가 사상 최고가(3만8694원)를 기록했던 '국적 1위 선사'다.
한진해운은 이같이 등장과 함께 승승장구했지만, 세계 해운시장의 경쟁 심화로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침체되기 시작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해운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5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개시했으며, 지난 9월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신세로 추락했다 .
◆'정부 개입' 손이익 회복불능 상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9월1일) 이후 정상적 사업 활동이 불가능해진 한진해운은 3분기 말 △자본 4조3432억원 △부채 6조6973억원 △자본 -2조3540억원 등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당기순손실마저 -3조3790억원에 달해 순이익만으론 자본 회복이 불가능하다.

해당 보고서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제시한 EY한영회계법인은 "선박 등 유·무형 자산은 사업 활동을 전제로 가치가 유지되면서 자산 사용 가치(3분기)가 급격히 하락했다"며 "당분기 유·무형 자산 손상차손만 2조6040억원이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 상태로는 손익 항목에 넣을 수 있는 증가가 없어 채권 회수 가능 및 미결제된 파생상품 약정 실현 등을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에 대한 부정적인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파산법원 의뢰로 한진해운을 조사한 삼일회계법인은 13일 청산가치가 회생가치보다 두 배가량 높다는 판단을 담은 실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남은 자산이 1조7900억원, 장부상 채무액만 3조5000억원으로, 기업으로 존속할 때 얼마의 가치가 있을지 따지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제출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법원 판단만 남았고, 다른 기업보다 비교적 빨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평가는 이미 선박 90% 이상을 처분한 한진해운 인력 다수가 삼라마이더스(SM)그룹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아울러 한진해운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내년 4월17일까지 주가가 일정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 대상에 오를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내년 2월3일)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이제 남은 건 (한진해운) 자산매각이 마무리되는 대로 내릴 법원의 최종 결정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 2조 투입…강도 높은 자구안 이행
문제는 한진해운을 제외한 유일한 선사인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인 2M에 승선하는 데 실패하고, 주요 수출노선인 미주노선마저 잠식당하며 물류 대동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진해운의 '회생 방안' 재검토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재계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된 구조조정' 사례로 꼽히는 한진해운을 정리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2014년 조양호 회장이 2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한진해운은 2013년 말 1조원이 넘는 장기차입금이 이듬해 5600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말 4000억원대로 떨어졌다. 또 에쓰오일 지분과 노후 항공기·부동산 등 매각으로 3조5000억원을 확보하는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
이와 함께 금융논리가 지배한 해운업 구조조정은 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은 경시된 채 부실정리에만 초점이 맞췄다는 비판도 제기된 터다. 살아남은 현대상선이 사라진 '글로벌 7위' 한진해운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인 만큼 해운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한진그룹이 최순실 관련 재단에 돈을 내는 문제로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정부가 한진해운을 되살릴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조(兆) 단위 공적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물류가 무너지면 수출업체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수출 경쟁력을 잃게 되는 국내 경제 '도미노 타격'까지 감안하면 '한진해운 회생'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현재 상황만 두고 이익을 판단하는 만큼 결국 청산 쪽으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전체적인 산업적 틀을 다시 한 번 설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