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국내에 미칠 대외 리스크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으로 트럼프 신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꼽았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금리인상의 가속 가능성과 트럼프 신정부 등 불확실성이 하방리스크로 작용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는 동시에 이 같은 현상을 한 달 간 지켜보고 다음 달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새롭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올려 잡으면서 국내 금리 인하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한 것은 이미 예상됐던 사안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 된다면 내외 금리차 축소 또는 역전현상이 심화돼 자본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준금리 결정 시 자본 유출도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되지만 경기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미국 금리 인상 하나만 가지고 예단할 수 없다. 내외 금리차가 축소되더라도 현 단계에서 급격한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경상 수지 흑자에 따른 유동성과 우리나라 외환보유액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전반적인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급격한 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채권 시장 금리나 환율 등 가격 변수에 얼마나 반영이 됐다고 보는가.
▲미국 국채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국내 채권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내년에 2차례 정도 금리 인상을 내다봤다. 오늘 발표된 성명에 따르면 3회까지 갈 것으로 본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도 금리와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했다. 점도표 상향 조정에 따른 영향이 시장에 곧바로 반영됐고,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화펀드 등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선다면 재원조달은 한은 몫인가.
▲채안펀드의 가정은 금리가 앞으로 큰 폭 상승해서 채권시장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일종의 비상대응계획이다.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만큼, 비상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펀드의 재원은 기본적으로 금융기관 투자로 조성됐다. 단지 필요한 경우에는 펀드 출자기관인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을 한은이 지원해줄 수 있다. 2008년 당시 펀드 유동성 절반을 한은이 지원해준 적이 있다. 채안펀드는 비상상황에 대한 것이지만 현재로서 한은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 한은 입장에서 어떤 완화대책을 내놓을 수 있나.
▲최근 시장금리 급등은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변동금리로 대출한 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저소득·저신용, 다중 채무자 등 취약차주가 그렇다. 정부 당국도 한계 취약차주에 대한 연체 부담을 완화하거나 서민금융 역할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정 계층에 대한 대책은 사회 안정망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이는 재정에서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한은은 직접적 조치는 할 수 없지만, 거시경제 전반적으로 통화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다지는 데 노력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직후 한은은 중국 리스크를 지목했다. 현재는 어떤 대외 리스크를 눈여겨보고 있나.
▲중국과 관련한 대외 리스크에 대한 생각은 여전하다. 이외 대외 리스크 가운데 연준의 정책 방향은 예측 가능하게 제시됐다. 트럼프 신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공약대로 이행될지, 다른 변경이 있을지 관심있게 봐야겠다. 유가는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를 포함한 모든 스케줄이 원활하게 진행될지 여전히 관심 갖고 봐야 한다. 유가는 세계 경제에 주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작년에도 눈을 떼면 안 된다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이에 따른 신흥국의 금융불안 가능성이 없는지도 상당히 중요한 리스크다. 내년 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과정이 가시화할 것이어서 그에 따른 리스크는 없는지 눈여겨봐야겠다.
-금통위가 내년부터 8번으로 줄어든다.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한 방안은.
▲금통위 회의가 12회에서 8회로 줄어들지만, 금융안정 리스크는 더 높아졌다. 그래서 줄어든 4회만큼은 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로 하게 된다. 필요하다면 회의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소홀함이 없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현재 정국과 국외 경제상황 중 더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중 어느 것이 더 큰 리스크냐고 하는 건 이런 리스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방향에 좌우된다고 하겠다. 드러난 리스크가 앞으로 조기에 해소될 것인지 아닌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중요한데, 대외리스크는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단지 대외리스크가 악화될 경우 시나리오별로 대응 준비는 하겠지만 대외리스크의 크기가 어느 것보다 더 큰지는 정량적으로 말할 수 없다. 국내 리스크는 정치적인 불확실성 포함되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시장에서의 가격변수에 어느정도 반영됐다고 평가하나.
▲외국의 평가를 보면 한국 경제에 정치 불확실성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아직까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외국 평가로 답을 대신하겠다.
-미국,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데 장·단기적 견해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이전보다 확대된다면 물가 면에서도 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상승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런 예상이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내 쪽을 말씀드리면 물가에는 상·하방 압력이 혼재한다. 상방 압력을 본다면 유가 상승, 미 달러화 강세, 글로벌 물가가 있다. 반면 국내 경기, 내수의 힘이 미약해 거기에 따른 수요 압력 둔화, 전기료 인하 조치 등은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아무래도 저유가 영향이 소멸되고 있고 관련 제품 가격이 오르면 내년부터 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물가는 기본적으로 국내 경기에 따라 좌우되는데, 조심스럽긴 하지만 점차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현재로서는 대단히 미약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의 도움을 받는다면 물가도 지금 수준에서 상승할 것으로 본다.
-국내외 연구기관이 잇따라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이 변경될 여지가 있나.
▲지난 10월 전망과 비교해 보면 상방 위험보다 하방 위험이 더 크다. 국내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지만 국내외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보면 긍정적 요인도 없진 않다. 긍정적 요인이라면 선진국,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확대된 점이다. 또 국제기구들이 내년도 세계 경제전망을 종전보다 조금씩 올려 잡는 점,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자원수출국의 경제여건이 호전될 가능성 등이 있다. 이들은 수출여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최근 변화는 우리 수출여건에 긍정적인 상방 요인이다.
그에 못지않게 하방 위험이 큰 것도 사실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그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하방 리스크다. 그 무게를 재보면 하방 리스크가 커보이긴 하지만 한 달 새 흐름을 지켜보고 1월 전망 때 다시 한번 제시해보겠다.
-최근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를 심각하다고 보나.
▲지금 소비심리 위축이 소비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줄어들고 있지 않은 가계부채 문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경기와 고용도 있다. 내년도 고용 사정이 녹록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소비 여력을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비여력을 높이려는 방안은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 만드는 고용대책이다. 이것 한 가지만 필요한건 아니지만, 지금 소비를 누르는 것에 대한 해소책이 필요하다. 제일 급한 건 아무래도 위축된 소비 심리 살리는 게 필요하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심리 위축이다. 지난번 조사에서도 소비자기대심리가 많이 위축됐고 이게 장기화되면 기업투자에 대한 심리에도 영향 줄 것이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데 기조적으로 회복 흐름으로 보는가.
▲올해 1분기가 일종의 저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 이후로는 수출이 부진하지만 그 정도가 조금씩 완화돼왔다. 11월 숫자를 보면 사실상 지역이나 품목이 골고루 조금 나아졌다. 이는 긍정적 결과다. 수출 여건을 보면 긍정적 요인도 꽤 있기에 수출은 과거와 같은 본격적 회복을 보이진 않겠지만 수출 여건은 지금보다 내년이 개선되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는 데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물론 해외 투자은행(IB) 등에서 상반기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 기관들이 경제전망 낮게 보면서 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성장도 하방리스크가 있고 물가도 우려할 상황 아니지 않느냐, 성장과 물가 전망 기초로 해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확대돼야 한다는 걸로 이해했다.
그렇지만 기준금리 운용 때는 거시경제 상황, 실물 경제 흐름도 보지만 그에 못잖게 금융안정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구체적으로 완화기조를 추가 확대할 경우 일반적으로 가게부채 증가,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 등 금융안정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지금 상황을 보면 대외 불확실성이 높고 특히 금융시장 변동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에서는 금융안정에 한층 유의할 수밖에 없다. 소위 금융 불균형이 더 누적돼서 금융안정 훼손된다면 성장과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통화당국뿐 아니라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달 은행권을 봤을 때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됐다. 정부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11월에도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11월3일 부동산대책을 포함해 정부가 수차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부당국으로서도 가계부채의 축소 필요성과 실물경기, 건설경기의 과도한 위축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신중히 접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년부터는 가계부채 조금씩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을 어느 정도 속도로 제어할지는 정부 당국이 고민하고 있고 이 문제는 정부도 가볍게 보고 넘기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번 지켜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