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중국 몽니에 휘둘리는 유화업계, 탈출구는 어디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15 11:48:0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OPEC 감산 합의를 맞아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설비 증설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도 탈출구 없는 중국발 리스크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 OPEC(석유수출국기구)발 석유 생산량 감소 합의에 더해 비OPEC국가들까지 해당 합의에 힘을 보태기로 결정하면서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호재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각 기업들은 가동률을 높이고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주력 생산기지인 울산컴플렉스 및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의 정기보수를 완료하고 정상 가동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원유 정제 일간 111만5000배럴, 파라자일렌(PX)는 연산 280만톤 규모를 확보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여수공장 내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납사크래커) 공장을 오는 2019년까지 연 20만톤 증설하기로 했다. NCC설비를 보유한 다른 업체들도 증설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석화업계의 일부 제품이 정부발 구조조정 계획에서 과잉공급제품으로 지정되고 있으나 앞으로 시황이 중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

이런 시황 호조에도 정치적인 관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수출산업 전반에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마자 중국 정부 및 언론은 대대적으로 THAAD(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를 다시 끌어올렸다. 노골적으로 차기 대선 주자들을 분석하며 특히 사드배치에 대한 입장을 중심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중국은 노골적으로 한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관광·화장품 등 '한류산업'에 대한 압박이 많이 알려졌으나, 중국으로 주로 수출하는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규제도 점차 심해지고 있는 상황. 중국은 현재 한국산 석유화학제품에 대해 △폴리염화비닐(PVC) △테레프탈산(TPA) △폴리우레탄·스판덱스 포함 총 7건을 규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에 대한 인증 기준에서 특히 생산설비 기준을 40배 이상 급격히 강화한 것은 사실상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정조준한 결과라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다.

이에 과연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늘리는 것이 과연 긍정적인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정제마진 상승 등 수익성 개선으로 이익률은 증가했으나 매출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증산이 오히려 과잉공급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PX 등 최근 업계의 수익성을 책임지고 있는 제품의 경우 대 중국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중국이 '몽니'를 부릴 경우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과잉공급제품이 돼 고스란히 그 손해를 국내에서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높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중국을 넘어 유럽·미국 등 수출 판로를 다변화하는 것이지만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를 통해 이런 상황을 해결해줘야 할 정부는 탄핵을 맞아 경제·외교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에도 정부는 오히려 업계에게 구조조정을 통해 무조건 줄이라는 스탠스를 고집해 현 상황에 대해 하소연도 쉽사리 꺼낼 수 없다는 게 석유화학업계의 현실이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또는 찾을 생각조차 없는 정부의 무력한 대응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