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13 17:15:56
[프라임경제] 포스코(005490) 계열사 포스코엠텍(009520, 이하 엠텍)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전환을 이뤄낸 시기에 100억대 사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4일 허위 계량증명서·거래명세표 등을 작성하고 이를 이용해 엠텍으로부터 약 122억원의 금액을 가로챈 혐의로 구리재생업자 허모씨(48‧남)를 구속했다.
앞서 허씨는 엠텍과 폐라디에이터를 잘게 부숴 분리한 구리플레이크(Cu-Flake)를 납품하고 대금을 지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엠텍은 거래과정에서 허씨가 미수대금 26억원을 가로챘다 보고 경찰에 고소했다.
이 미수대금 고소 사건은 검찰에 넘겨진 이후 전혀 다른 사기사건으로 변했다. 고강도 검찰조사 결과, 엠텍 거래담당자인 엄모 대리에게 납품가액 1%를 사례비로 제공하면 검수 및 재고 확인 절차에서 편의를 제공받은 허씨가 공급·재고량을 속였다.
2014년 8월부터 10개월 동안 37차례에 걸쳐 122억원을 송금 받아 이를 빼앗은 것으로 확인됐다.
엠텍은 포스코가 지분 48.85%를 보유하고 있는 철강제품포장 전문업체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 및 경영정상화에서 큰 실적을 이뤄낸 '모범생'으로 인정 받았지만, 이번 일로 '관리 소홀'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엠텍은 2014년 '도시광산' 희유금속사업(60억원 규모) 정리와 함께 영월 몰리브덴 공장을 매각했으며, 지난해에는 알루미늄 사업부문 정리 및 부실 자회사 청산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4년 적자였던 영업이익은 1년 만인 2015년 82억원(연결기준)의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엠텍은 최근 공시한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철강제품에 대한 1400억원 상당의 포장 외주작업 계약을 이뤄내는 등 포스코와 다수 대형 계약들을 따내면서 '미래 가치가 높다'는 투자업계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회사 내부 직원의 사익 챙기기에 이어 거액의 사기사건이 터진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구조조정의 의미도 퇴색될 분위기다.
게다가 고소 후 1년이 훌쩍 지나고서야 검찰 조사를 통해 전말이 밝혀졌다는 점 때문에 기업 재무상황 관리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아울러 122억원 규모의 사기가 진행되는 과정에 과연 대리급 실무자를 제외한 다른 책임자는 관련되지 않았는지도 풀어야할 의혹이다.
이에 대해 엠텍 측은 엠텍에서 해당 사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의혹은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재고 관련해서 횡령한 금액 26억원에 대해 엠텍이 먼저 발견해 공식적으로 소송을 진행했으며 검찰의 조사로 나온 122억원은 엠텍의 확인 내용과 다른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즉 검찰이 밝혀낸 122억원 규모 사기사건과 관련해 엠텍은 26억원만을 사기당한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엠텍 측에 따르면 허씨가 조사 당시 제출한 자료에서 재료물품보관증에 나타난 총 합계 금액이 122억원으로 드러났으며, 엠텍 측에서 내부 감사를 통해 밝혀낸 손해 규모는 26억원이다.
엠텍 관계자는 "엄 대리가 해당 업체로부터 받은 1억여원 규모의 리베이트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역시 엠텍 측에서 먼저 청구한 상태"라며 "해당 손해 금액에 대해 회수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