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 혐의 사실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가운데 그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를 잇는 기업 탈취 행위가 도마에 올랐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1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이 박 대통령과 공모한 행위라고 결론짓고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마치 과거 박 전 대통령과 권력 실세인 이후락 중앙정보부 부장,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동서식품의 서정귀 창업주 간 벌어진 악습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다.
◆이맹희 恨 담긴 커피사업… 권력자 손에서 탄생한 '동서식품'
CJ그룹이 정권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박 전 대통령 시절이 시초다. 이맹희씨는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맏아들이다.
현재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씨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암 투병 중 사망했다. 그는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 때 아버지와 갈등을 빚으면서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
당시 이맹희 회장은 투서를 넣어 경영권을 가로채려 했다는 의심을 샀고 끝내 그룹 경영권을 동생 이건희 회장에게 넘겨야만 했다. 이후 1994년 제일제당 경영권 분쟁부터 2011년 대한통운 인수전,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한 상속 재산 분할 소송 등 삼성과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후 동생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결국 화해까지는 이르지 못한 채 외국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맹희 회장이 쓴 회상록인 '묻어둔 이야기'를 보면, 그는 1967년 박정희 대통령 재임시절 권력 막후 실권자인 이후락 중정부장으로부터 사업을 권유받았다.
이에 삼성을 승계받은 이맹희씨는 평소 염두에 뒀던 커피공장사업을 전개했으나 도중에 권력 핵심부로부터 사업을 이양할 것을 요청받게 된다. 애초 제일제당과 국내 커피생산에 동의했던 일본 맥스웰하우스 측이 합작을 앞두고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맥스웰하우스 야마모토는 '이후락씨가 제일제당과 합작하면 절대 허가가 나지 않는다. 대신 서정귀라는 사람과 합작하면 바로 허가를 내주겠다고 했다'며 합작에 난색을 보였다.
당시 삼성은 박정희 정권의 견제로 모든 사업에서 제재를 받던 상황. 이 같은 압박에 이맹희 회장과 제일제당은 울며 겨자 먹기로 커피사업을 서정귀씨에게 넘기면서 손을 뗐다.
이렇게 동서식품을 설립하게 된 서정귀씨는 박정희 대통령의 대구사범학교 동창이다. 박 대통령이 일본이 세운 괴뢰정부 만주국 중위시절 하얼빈 부지사로 부임하면서 우정을 쌓았다는 게 현재 내려오는 전언이다.
서정귀씨는 이후락 중정부장의 사돈이기도 하다. 때문에 권력 차원에서 사실상 기업을 강탈하다시피 한 사례로 남았다.
◆군부정권 시절부터 대를 이은 기업 탈취 역사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조원동 전 수석과 공모,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CJ그룹이 이에 응하지 않았기에 검찰은 강요 미수로 판단했다.
조원동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서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 경영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지시를 받고 손 회장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을 들어보면 2013년 조원동 전 수석은 당시 손경식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2년 개봉한 CJ엔터테인먼트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CJ E&M의 tvN 프로그램 'SNL 코리아-여의도 텔레토비'가 빌미가 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광해가 '야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한다'는 보수층의 반발을 산 데다 SNL코리아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를 희화화해 이 같은 일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에서 나도는 얘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되자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과 함께 그룹경영을 맡았던 이미경 부회장은 지난 2014년 갑작스레 경영권을 내려놓은 바 있다. 건강을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나 미국에 건너갔고 지금까지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 손경식 회장은 박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을 통해 이미경 부회장 사퇴를 압박한 것을 두고 "과거에도 군부 정권 때나 이런 경우가 있었다는 기억이 있다"며 군부정권 시절의 구태임을 지적했다.
또 손경식 회장에게도 당시 맡았었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손 회장 위주로 CJ그룹 경영이 이뤄지던 때였지만, 그룹 총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단지 CJ 인사가 회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부녀 대통령에 미운털이 박힌 범삼성가 CJ그룹은 '부전여전' 행태에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