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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공들인 '만리장성' 무너지나

중국 내 부탄디올 합자법인 설립 무산…전기차 배터리 '앞 깜깜'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13 15: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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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째 높은 실적을 거둬온 SK이노베이션(096770)의 해외진출 전략 '글로벌 파트너링'이 중국 기업들과의 관계에서 파열음을 내면서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휩싸였다.

글로벌 파트너링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해외 진출 전략이다. 세계 메이저 기업과 손을 잡고 합작법인 등을 통해 현지에 진출,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부터 더 자유롭고 진보된 기술·원활한 원료 공급 등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자 추진됐다.

해외시장을 공략할 때 해당 사업분야 또는 역내에서 글로벌 수준에 오른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해외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파트너의 도움으로 SK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2008년 완공해 일산 90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 15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두바이 공장이 글로벌 파트너링의 첫 사례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한 중국 최대 국영기업 시노펙과의 '중한석화' 합자법인은 이미 에틸렌 생산 첫해 147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SK이노베이션 계열에서 가장 높은 성과로 꼽히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이란의 무역제재 해제조치에 맞춰 이란국영석유회사(NIOC)와 에너지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협의하는 등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같은 성공을 거둬온 SK이노베이션이지만 최근 중국과의 파트너링 관계에서 이상 기온이 감지된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시노펙 자회사와 추진 중이던 합자법인 설립이 중단됨에 따라 예정됐던 투자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SK종합화학의 해외 자회사 SKCGI HK와 시노펙의 자회사인 SSVW가 중국 내에 설립하려던 부탄디올(BDO) 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함께 무산됐다.

BDO는 등산복에 들어가는 스판덱스를 만들어내는 원료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해당 BDO 공장 건설을 포함, 중국을 중심으로 고부가 화학제품군의 차별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발굴해 인수합병(M&A)을 하거나 글로벌 파트너링 방식의 합작사업을 추진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업 중단의 이유는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따른 견제 등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기보다는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노펙과 SK이노베이션 간 추진하고 있던 또 다른 사업도 시황 문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전략사업 중 하나인 전기차 배터리사업도 중국의 기준 강화 탓에 어려움을 겪는 터라 대 중국 신규 사업 진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강화해 발표한 바 있다. 강화된 기준은 중국 내 배터리 생산설비 규모를 8GWh 이상으로 규정해 기존보다 40배 넘게 확대됐다.

이에 중국공장 설비 규모가 2~3GWh에 불과한 국내 업체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 대부분이 해당 기준을 만족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생산 공정에서 2년간 무사고 사업장만이 인증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는 현재 공청회 등을 통해 업계 반응을 모으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 올해 사고 발생 이후 지급이 끊겼던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 중인 국내 업체에게 고무적인 변화다.

그러나 이 배터리는 LG화학과 삼성SDI만 생산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아직 배터리 셀에 대한 중국 현지공장을 설립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초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올해 내 현지공장 설립에 대한 발표를 했으나, 중국 정부 규준이 점차 강화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실패 확률을 줄이려고 중국 진출을 늦추다가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여기 더해 "만약 당장 SK이노베이션이 중국 내 공장 설립에 나서도 현재 규준대로라면 빨라도 오는 2020년 이후에나 규준을 위한 신청이 가능하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