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문어발식 기술 수출에 흔들리는 한미약품

늑장공시 악몽 재현…제약업계 악영향 우려

백유진 기자 기자  2016.12.12 14:38:3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미약품이 지난 9월 이후 또다시 늑장공시 의혹의 주인공이 되며 제약업계에 물의를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의 뒤늦은 해명과 수습으로 늑장공시 논란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임상 중단 아니라지만 재개 시점은 '오리무중'

지난 7일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한미약품이 지난해 11월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기술 수출한 1조원 규모의 당뇨병 치료제(JNJ-64565111)의 임상시험이 중단됐다는 내용이 퍼졌다. 미국 국립보건원 홈페이지에 얀센이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시험 환자모집이 유예됐다는 공지가 올라왔다는 것이 소문의 근거였다.

한미약품 주가는 해당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폭락하기 시작했다. 7일 하루 동안만 10.76%, 즉 3만7500원이 떨어졌다.

이에 한미약품은 "임상 환자 모집이 유예되는 것은 임상 중 자주 발생하는 일시적 조치이고, 향후 임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임상 중단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얀센 측도 다음 날인 8일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 엔드포인츠뉴스(ENDPOINTS NEWS)를 통해 "한미약품과 얀센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굳건하며, 조속한 임상 진행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얀센은 "환자모집 일시 유예는 한미약품의 생산 지연으로 생긴 문제일 뿐, 임상중단이나 개발중단과는 다르다"며 파트너십은 굳건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임상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땅 끝까지 떨어진 신뢰도, 늑장공시 주가 조작 논란 재현되나

이번 사건은 임상 지연 문제보다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 유출과 늑장공시 논란이 또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한미약품은 지난 9월30일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 정보와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잉겔하임과 계약한 85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정보를 하루 사이에 번갈아 공개하며 고의적 주가 조작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8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한미사이언스 인사팀 상무 황모씨(48)와 보령제약 법무팀 이사 김모씨(52)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더불어 한미약품은 지난해 3월에도 한미약품 전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지난해 3월 기술수출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입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며 주가 조작 논란에 중심에 서기도 했다.

잇따른 사건들로 한미약품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도 한미약품이 주식 조작을 위해 고의적으로 늑장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주식투자 사이트에서 정보지가 한참 퍼진 후인 7일 오후 2시15분에야 공시를 통해 환자 모집 유예에 대한 해명을 내놨기 때문.

또 정보지가 퍼진 후 한미약품의 주식 공매도량이 급등했다는 것도 고의적 주가 조작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량은 6만6144주로, 한미약품이 늑장공시로 문제를 일으킨 지난 9월30일(10만4천327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허위사실을 작성해 배포한 정보지 유포 세력과 공매도 세력 간의 결탁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아울러 정보지를 사전 입수해 손실을 피한 투자자도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잘못된 정보지 내용을 정정하기 위해 대상이 아님에도 공시를 진행한 것"이라며 해당 혐의를 부인했다.

◆제약업계 침체 유발…물귀신 작전?

한미약품의 부정적 이슈가 계속되면서 제약업계는 한미약품의 악재가 제약산업 전반의 위축과 R&D 성장 저하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이 늑장공시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제기됐던 '제약 바이오 거품론'에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수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잭팟을 연달아 터뜨리며 국내 제약업계 R&D 성장에 도화선 역할을 해왔다. '제약업계 신화'로 불린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지난 9월 주가조작 논란에 휩싸였고, 주가가 회복되기도 전에 지난 7일 임상 유예 소식이 알려지며 제약업계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은 것.

실제로 한미약품 주가가 3만7500원가량 폭락했던 7일 △유한양행(3만7500원) △녹십자(3500원) △종근당(2600원) △대웅제약(2300원) 등 상위제약사 주가도 함께 떨어졌다. 한미약품이 제약업계 성장을 이끌어온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약개발 투자에 집중하며 높은 성과를 냈던 한미약품의 노력이 각종 논란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한미약품을 향한 채찍이라 할지라도 같은 업종에 있는 제약사들은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다"며 논란에 대한 화살이 업계 전반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이어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 이번 사건이 관련 사업에 해가 될까 우려된다"며 "제약업계의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사건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공시 대응 부분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해당 사건들이 짧은 기간 동안 연이어 발생한 것은 한미약품이 그만큼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라며 "주주들에게 민감하게 여겨지는 문제인 만큼 한미약품 측에서 보다 신경써야 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