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빵업계 양대산맥인 파리크라상의 '파리바게뜨',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양사는 국내 대기업 베이커리 출점 제한 정책에 직면해 새로운 활로로 택한 글로벌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만년 2위에 머물렀던 뚜레쥬르가 1997년부터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계 1위를 굳건히 지켜온 파리바게뜨의 해외 실적을 앞설 수 있을지 자존심을 건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제빵시장은 크게 양산빵시장과 베이커리시장으로 구분되는데, 베이커리의 경우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비롯해 기타 개인베이커리가 경쟁하는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식품연감에 따른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시장은 2012년 2조5872억원에서 2014년 2조8783억원 규모로 2년 새 2911억원(11%) 신장했다. 시장 규모가 유지된 상황에서 점포만 소폭 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베이커리시장의 성장 폭이 급감하자 제빵업계는 트렌드를 쫓아 신메뉴 출시 등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데 열을 올리는 한편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글로벌 진출 및 사업 확장에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특히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눈독 들이고 있는 중국시장에서의 활보가 주목된다. '황금기'를 맞은 중국시장 진출에 양사 모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중국 매장이 전체 해외 매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46%, 70% 수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 따르면 중국 베이커리시장 규모는 2008년 778억위안(약 14조원)에서 2012년 1886억위안(약 35조원)으로 연평균 28.85% 성장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4658억2900만위안(약 8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같은 성장세는 향후 30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시장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주춤한 성장세
대기업 베이커리의 가파른 성장세에 걸림돌이 생겼다. 2013년 3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네빵집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제과·제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다.
대기업 베이커리 출점 제한과 함께 출점 가능 총량을 제한하는 규제에 따라 총 점포 수의 2% 내로만 점포를 늘릴 수 있게 됐다. 또 인근 중소 제과·제빵점의 도보 기준 500m 내에도 매장을 내지 못한다.
국내 입지가 좁아지자 파리바게뜨의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점포는 3316개로 3년 전보다 4.4%(141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뚜레쥬르도 같은 기간 점포가 1280개에서 1285개로 0.4% 늘었을 뿐이다.
현재 역시 뚜레쥬르가 국내 1300여개 매장을 보유, 3400여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파리바게뜨의 3분의 1 수준으로 폭을 좁히지 못했다.
더군다나 올해 중기적합업종의 3년 연장에 합의하면서 매장 격차를 좁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점쳐지는 상황. 때문에 CJ푸드빌은 외형적 확대보다는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매장당 매출을 높이기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최근 파리바게뜨가 국내 193개 제품 가격을 평균 6.6% 인상에 나서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가운데 뚜레쥬르는 가격을 동결함과 동시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뚜레쥬르는 새로운 BI매장을 선보이면서 '갓빵'을 도입, 빵 나오는 시간을 알리는 디지털 시간표와 게시물을 비치하고 많게는 하루 다섯 번까지 갓 구운 빵을 시식·판매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이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파리바게뜨 "2030년 中·美 2000개 매장 오픈…글로벌 브랜드 꾀해"
파리바게뜨는 2004년부터 해외시장에 진출해 프랑스 파리와 미국 맨해튼을 포함해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지난달 기준 5개국 주요 도시에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SPC그룹 파리크라상의 파리바게뜨 해외법인 매출액은 2010년 844억원에서 지난해 2996억원으로 5년 새 3.5배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를 바탕으로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외 매출액 1조7200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현재 중국과 미국에서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펼치며 매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SPC삼립의 중국 식자재유통 계열사 상해SPC무역유한공사는 올 들어 중국 가맹사업을 본격화한 파리바게뜨 덕에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리바게뜨는 베이커리 본고장 프랑스에서도 바게트, 크림빵 등의 제품이 크게 활약하는 모습이다. 바게트는 하루 평균 700~800개씩 팔린다. 또 파리지역 매장들의 평균 매출액 또한 국내 매장 평균의 3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말 기준 해외에서 250여개 매장을 운영, 이는 비슷한 시기에 해외 진출한 뚜레쥬르보다 근소하게 적은 수치다.
파리바게뜨는 초기 해외 직접 진출 방식만을 고집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는 직접 법인을 세워 진출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며 "조인트벤처형식의 경우 브랜드가 훼손되지 않도록 좋은 파트너사를 고르기 위해 까다로운 선정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장 확대, 매출 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이 좋다, 나쁘다를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해외 진출에는 더 손쉬울 것으로 사료된다"라는 부연이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014년 첫 MF(Master Franchise) 방식으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바 있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2030년까지 진출 국가를 20개국으로 확대하고 중국과 미국에서만 2000개가 넘는 매장을 열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뚜레쥬르, 해외 진출 국가·매장 수 1위 "매장 서비스, 제품 질 향상에 초점"
뚜레쥬르는 지난달 15일 기준 중국을 비롯해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몽골 8개국에서 27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파리바게뜨보다 매장 수 약 20개를 앞선 상황.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사업을 전개해온 뚜레쥬르는 국내 베이커리 중 해외 최다 국가에 진출, 가장 많은 매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의 경우 2009년 최초로 가맹사업을 시작한 뚜레쥬르는 중국의 주요 도시에 직접 진출하고 11개 성과 자치구에는 MF로 진출했다. 또 베트남·인도네시아는 직접, 필리핀·말레이시아·캄보디아 지역은 MF로 진입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가장 큰 해외사업 차이점은 진출 방법에 있다. 각자의 방식에 맞춰 파리바게뜨는 해외법인을 직접 설립해 진출하는 방법에 중점을, 뚜레쥬르는 해외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직영·가맹·MF 등을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뚜레쥬르는 시장 분석 후 그에 맞춰 해외 진출해 매장 하나만 낼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지 네트워크가 확보된 기업의 힘을 활용하기도 한다. 자연적으로 맺고 늘려나가는 부분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사업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한다는 기조 아래 매장 서비스와 제품 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뚜레쥬르는 최근 3년간 중국시장에서는 연평균 55.4%,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는 34.3%의 매출 증대를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이 전반적으로 흑자 전환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만큼,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이 해외시장에서 빛을 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플랜과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