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화나 드라마·소설, 그리고 스포츠 등 여러 문화 콘텐츠는 직·간접적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 배경이나 제목, 주제가 어떤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현상도 바라볼 수 있다. '콘텐츠 렌즈'에선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콘텐츠의 직·간접적인 시선을 공유해 본다.
지난 4월 개봉한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는 기존 히어로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히어로 간 대결을 그렸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국내외에서 흥행이 예견됐고, 국내에서만 867만여명이라는 높은 성적을 거뒀다.
기본 줄거리는 어벤저스와 관련된 사고로 잦은 피해가 늘자 정부가 제시한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둘러싼 어벤저스 내부의 갈등이다. 이들은 신념 차이에 따라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찬성파(팀 아이언맨)와 정부 개입 없이 자유롭게 활동해야 한다는 반대파(팀 캡틴 아메리카)로 나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극 중 '슈퍼히어로 등록제'는 일방적인 강요에 의한 선택과 억압을 내세워 현실에서의 국가 정부 권력에 의한 감시나 법적 제동 등으로 어벤저스 활동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최근 최순실 관련 1차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거론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해체 논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경련은 고(故) 이병철 삼성물산 사장이 '자유시장경제를 창달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1961년 '경제재건촉진회'로 출범해 1968년 전경련으로 개명했다.
전경련은 지난 반세기 '한국 경제 도약 상징'으로 산업화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1995년)을 비롯, 불법 대선 자금(1997년·2002년), 청와대 지시와 엮인 어버이연합(지난 4월), 미르재단 기업 출연 등 '정경유착'의 대명사가 됐다.
때문에 '전경련 해체'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긍정적인 태도를 일관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민간 사단법인'인 만큼 회원사 간 합의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해체를 포함한 역할 재조정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 '전경련 해체' 논란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청문위원의 적지 않은 압박이 있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으며, 하물며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총수들은 거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거수한 총수는 신동빈 롯데 회장뿐이지만,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 회장)을 포함해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다수 총수들은 건설적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며 반대의 뜻을 표했다.
구 회장의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헤리티지 재단처럼 운영하고 각 기업 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극 중 어벤저스는 계속되는 갈등 탓에 1대 어벤져스는 '암묵적인 해체'의 길을 걷지만, 이들을 이어 2대·3대 어벤저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가 권력에 의해 강압적으로 해체론에 직면한 전경련의 상황과 닮아 보인다. 그리고 '제2의 전경련'이 또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아온 전경련은 스스로 발전적 해체를 선언하고 하루빨리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내놓아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이를 '청문회'라는 자리를 빌어 강요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총수들을 불러 미르재단 출연을 요구한 상황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