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강아지를 다섯 마리까지 키워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2015년 7월 고양이 한 마리는 '문제없다'며 호기롭게 '턱시도냥'을 입양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어떤 동물과도 교감이 가능하다는 게 평소 제 생각이었는데요. 강아지, 열대어, 뱀, 거북이,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을 키워봤지만 고양이는 정말 여러 의미로 '하늘이 내린 동물'이더군요. 2년차 초보 집사가 겪은 '좌충우돌 냥덕입문기' 지금 시작합니다.
2년 전 후추의 입양을 결정하고 시댁과 친정을 비롯한 친척과 지인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을 때 열에 아홉은 반대를 했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선택한 사람이 늘었음에도 여전한 선입견 때문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어르신들은 '고양이를 키우면 임심이 힘들다더라' '고양이는 질투가 많은 동물이라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없다' '털이 많이 날려 애한테 해롭다'며 임신과 출산, 육아를 이유로 반대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 역시 평생을 함께할 반려동물을 들이는 문제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결혼 3년차로 임신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사 선배들에게 묻는가 하면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직접 문의하기도 했죠.
'고양이를 키우면 임신이 힘들다' '유산위험성이 높다'는 선입견에 대해 수의사는 선을 그었습니다.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은 '톡소플라즈마'라는 원충성기생충 때문인데요. 톡소플라즈마라는 기생충은 고양이에게 감염되면 가벼운 설사나 별다른 증상없이 지나가지만 감염 이후 2~3주가 지나면 기생충알을 배설하는데 이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습니다.
이 기생충알을 통해 톡소플라즈마가 임산부에게 감염되면 유산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론상 맞는 말이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일단 톡소플라즈마는 고양이보다 육류를 제대로 손질하지 않고 먹거나, 손을 잘 씻지 않아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고양이가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려면 이미 감염된 동물이나 날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집에서 키우는 집고양이는 가공된 사료나 캔 음식을 먹고 살기 때문에 감염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집사가 임신 중에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려면, 먼저 반려묘가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돼야 합니다.
둘째, 감염된 반려묘가 기생충이 들어있는 대변을 봐야하고, 셋째, 톡소플라즈마 기생충이 있는 대변이 치워지지 않은 채 48시간 이상 실온에서 방치돼야 합니다.
넷째, 48시간 이후 해당 변을 임신한 집사가 맨손으로 만져야 하고 그 후 손을 씻지 않고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넣거나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톡소플라즈마에 걸릴 확률은 15%라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산부가 톡소플라즈마에 걸리려면 '고양이 똥을 맨손으로 집어먹어야 할 정도'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수의사의 설명에 따르면 통계적으로도 고양이를 통해 톡소플라즈마가 감염돼 유산된 사례는 없고, 대부분 날것을 먹어 감염된 사례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임신 중 반려묘의 배설물 처리는 남편에게 맡기세요. 그래도 불안하다면 반려묘와 임산부 모두 톡소플라즈마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신을 계획 중인 집사라면 반려묘 혈액검사를 통해 톡소플라즈마 감염 여부를 확인해 조치하면 되고, 이미 임신 중이라면 집사 본인이 병원을 찾아 톡소플라즈마 검사를 진행하면 됩니다.
가격은 병원마다 상이한데요. 사람의 경우 대부분 5만원, 고양이의 경우 병원마다 7만~10만원의 검사비용이 필요합니다. 무슨일이든 조심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괜한 오해로 함께 살던 반려묘가 버려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