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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 S-OIL,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이유

중동산 원유 가격↑, 中 PX 증산…PX 중심 S-OIL 유탄 맞나?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07 15: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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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이 놀라운 수준이지만 조금씩 고개를 드는 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은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처지다. 특히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과 달리 외국 기업을 최대주주로 둔 S-OIL(010950)이 더욱 그렇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지난달 30일 회의를 통해 일일 생산량을 현 대비 4.6% 감산하는 3250만배럴로 합의함에 따라 한참 보합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선을 넘기는 등 드디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미 올 들어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정유업계의 이번 4분기 실적도 쾌청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정유4사의 3분기 실적 중 유일하게 석유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한 S-OIL도 4분기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효과로 영업이익 상승이 기대된다.

그러나 수요증가가 아니라 공급 측면의 요인에 따라 유가 상승이 이뤄지는 것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타 정유사와 달리 외국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S-OIL의 경우 더욱 신경 써야 할 요인이 많다는 점에서 당장의 실적개선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국제유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뉴욕시장에서 선물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런던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해 지방 브렌트유, 그리고 현물 거래되는 두바이유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연방(UAE)에서 생산된다. 이 중 국내에서는 단연 두바이유의 수입비중이 높다.

각 업체마다 전체 원유 도입량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70% 이상에 이른다. GS칼텍스가 70%대로 가장 낮으며, 그 다음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80%대다.

S-OIL은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원유 공급계약을 맺고 있어 전량 중동산 원유만 수입한다. 최근 GS칼텍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는 등 다른 기업들이 원유 수입 다변화에 열을 올리는 것과는 반대 행보다. 사우디와 이란 간 미묘한 경쟁관계 때문에 S-OIL은 중동산 원유 중에도 이란산은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S-OIL 관계자는 "사실 가격 평균을 내면 우리가 다른 기업보다 비싸게 구매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여러 곳에서 원유를 수입해 공정 과정이 복잡해지는 등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중동산 원유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낮아지는 게 문제다. 두바이유는 WTI·브렌트유보다 유황 함유량이 높아 배럴당 2~3달러 싼 가격대를 형성해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중동산을 주로 사용하는 아시아 국가의 수요 급등에 따라 가격이 올랐다.

여기 더해 최근 감산합의가 이뤄진 OPEC의 주 구성원이 중동국가여서 감축 효과로 인해 가격이 오른 터다. 당장 6일(현지시각) WTI의 1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50.93달러로 소폭 하락했으나 두바이유는 51.65달러를 유지했다.

아울러 정유사들의 견조한 실적을 견인했던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공급 증가가 예고돼 불안요소가 늘고 있다.

최근 정유업계의 효자제품은 원유에서 석유를 정제한 후 남은 나프타를 원재료로 하는 파라자일렌(PX)이다. 페트병의 주재료인 PTA나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를 만들어내는 원료가 되는 중간제품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PX는 중국에 바로 수출될 만큼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S-OIL이 지난 3분기 석유사업에서 적자를 냈음에도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PX 수익 덕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더 이상 PX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증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

지난달 중국 롱셍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총 연산 1000만톤 규모의 PX 정제시설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규모로 증설이 이뤄지면 중국은 더 이상 한국산 PX를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정유사들 중에서도 S-OIL은 현재 총 179만톤의 생산설비를 구축,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PX 생산 능력을 갖췄다. 석유화학사업이 PX 중심인 만큼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PX 증설이 단기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현재 PX 수출의 90%를 중국에 집중하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