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2004년 3월12일 오전 11시55분.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찬성으로 가결되자 코스피지수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5.5% 하락하며 822선까지 밀리더니 1년만에 사이드카도 발동했다. 여기 더해 코스피지수선물 6월물이 5% 이상 급락하자 프로그램 매매가 5분간 정지됐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핵폭탄급 악재'라고 분석했다. 코스피·코스닥 급락에 이어 국제신용평가회사들과 글로벌 투자은행들까지 나서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을 심각하게 지적하는 와중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역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장은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았다. 투자자들은 처음 겪는 정치적 불확실성보다는 경제의 기초체력에 더 무게를 두고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금융투자업계는 표결 결과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결보다는 부결되는 상황이 시장 불확실성을 한층 키우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도 정국 불안 이슈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훼손하는 사태로 발전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이 소멸하면서 증시도 함께 정상화되곤 했다.
이에 대해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은 브라질 증시도 탄핵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서는 부진했지만 상원의 탄핵보고서 채택 등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상승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탄핵안 가결 전날이었던 8월 30일 5만9580선에 머물던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이후 꾸준히 오르며 이달 1일 6만5300선에 육박했다. 투자자들은 탄핵이 오히려 정치적 안정성을 높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신 역시 탄핵을 계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현 정부가 사실상 국정공백 상태며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걱정이 크다"며 "일단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 시장은 더 좋은 그림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검찰조사 때문에 정부의 많은 업무가 중단된 상태"라며 "박 대통령 탄핵이 새로운 정부의 시동을 걸 수 있고,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 보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차라리 탄핵이나 대통령 하야와 같이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이 난다면 오히려 주식시장 흐름은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오히려 현재와 같이 도대체 어디로 갈지 우려가 큰 상황이 외국인 투자심리 차원에서는 더 안 좋다"고 짚었다.
다만, 현재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의 탄핵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불어 '최순실 게이트'에 연관된 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향후 검찰과 특검 진행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 불안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4년 당시는 국내 경기가 2016년과 비교해 괜찮았고, 경제가 막 성장하면서 코스피지수도 1000포인트를 뚫고 올라가기 시작하는 때였기 때문에 지금과 평면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계속해서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여기에 탄핵까지 겹친다면 2004년과 비교해 영향이 좀 더 오래 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같은 전망에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사태와 연루된 기업이 과거 사례와 달리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어 검찰 수사와 언론보도에 따라 극심한 주가 변동성이 수반될 수 있다"며 "개별 기업에 대한 경계감은 시장 전반의 운신을 제약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