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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도 평행선

20일 1차 파업 돌입 예고…조양호 회장 배임 혐의 고소키로

노병우 기자 기자  2016.12.07 10: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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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이 조종사노조와 작년 임금협상과 관련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오는 20일 0시를 기해 12월 마지막 날인 31일 자정까지 12일 동안 1차 파업에 돌입하겠다며 파업 강행 의지를 내비친 상황.  

대한항공은 37% 인상안을 요구한 조종사노조와 1.9% 인상을 주장한 사측의 견해 차이로 지난해 말 임금협상이 결렬된 이후 1년이 다되도록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가 대한항공 압박 차원으로 지난 2월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87.8%의 찬성표를 얻은 데 이어 290일 동안 제한적 범위의 쟁의를 했음에도 노사는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조종사노조는 결국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또 다른 카드로 이달 말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조종사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11년 만이다.

조종사노조 측은 "사측과 교섭타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사측은 기존 입장인 1.9%에서 전혀 변화가 없이 조합에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조합 집행부에 대한 징계를 남발하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준다"고 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듯 파업이 현실화된 가운데 파행 운항 등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항공업계는 이번 파업 시기가 연말연초 성수기 시즌과 맞물리면서 실적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처럼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조종사노조는 연말 국내선 이용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며 이번 파업 때 B737 기종의 기장은 참여자에서 제외키로 했다.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유지하며 합법 파업을 한다는 것이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항공업은 파업 시에도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국내선 50% 이상을 정상 운행해야 한다.

대한항공에 드리운 악재는 이뿐 아니다. 대한항공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준 것과 관련,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과 대한항공은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정을 근거 삼아 총수의 특수관계인 개인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대한항공은 안팎으로 시달리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정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문제가 제기된 회사들은 이미 지분매각 및 영업권 양도 등을 통해 공정위의 요구 사항을 모두 해소한 상태"라며 "공정위 의결서가 공식으로 접수되면 법적 절차를 통해 소명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응대했다. 

조종사노조와의 갈등과 관련해서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만약 노조 측이 뚜렷한 근거나 자료도 없이 회사를 비방하고 훼손하는 행위를 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의 조종사노조에 대한 강력 대응 시사는 조종사노조가 조양호 회장을 배임죄 혐의를 들어 고소키로 한 데 따른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조종사노조는 조 회장이 사익을 편취하는 과정에서 회사 이익을 훼손했다며 이달 중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조종사노조는 앞서 서울 중구 대한항공빌딩과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조 회장 일가의 △불공정거래 △일감몰아주기 △재산 빼돌리기 의혹과 관련 세무조사 촉구대회를 펼친 바 있으며, 관련 고소 및 고발을 준비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상황에서 조원태 부사장마저 검찰고발을 당하면서 경영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동시에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타격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사측과 조종사노조의 반복된 충돌에 대해 대한항공 일반직원들로 구성된 일반노조는 조종사노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일반노조 측은 "조종사노조는 현재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절박한 생존권 요구가 아닌 조종사 노조의 집행부 명분만을 내세운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조종사노조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었다. 조종사노조가 지난달 30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는 82%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회사 경영환경과 업황을 고려한 노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