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 초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세웠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시행된지 반년 만인 올 7월 이후 발행액이 급속히 줄고 있다. 올해 하반기 크라우드펀딩에 뛰어든 증권사들의 중계건수도 두세 건에 그친다.
크라우드펀딩은 지난해 7월 크라우드펀딩법이 통과된 이후 1월25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행되며 시작됐다. 일반인 투자자는 과도한 투자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1회 투자금 200만원 한도내에서 연간 총 500만원을 투자할 수 있다.
◆7월 이후 발행금액 감소세 뚜렷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일 기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총 240건 중 102건이 성공(성공률 42.50%), 42건이 모금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총 모집금액은 345억6000만원, 발행금액은 169억7000만원이다.
월별로 보면 모집건수는 2월 2건, 3월 20건, 4월 27건 등 7월(29건)까지 꾸준히 증가했지만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 모집건수는 15건이었으며 10월 14건, 11월 15건으로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발행금액도 10월 10억7158만4767원에서 11월 4억8102만5000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투자자 수의 경우 7월 957명까지 증가했다가 8월 617명, 9월 420명으로 줄어 지난달 250명까지 떨어졌다. 12월은 418명으로 소폭 회복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팀장은 "8월부터 크라우드펀딩 발행금액이 낮아지고 11월에는 성공률이 39%"라며 "투자한도가 정해진 만큼 연말에는 기존 투자자들이 더 이상 투자할 수 없는 점 등의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크라우드펀딩에 나서려면 광고 규제가 우선 풀려야 한다"며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현재는 신생 중개업체들이 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을 보탰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광고 규제와 투자자 요건을 완화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코넥스 특례 상장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최순실 게이트' 여파 탓에 개정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애타네" 키움·KTB투자증권 중계건수 2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들의 성적표도 제각각이다. 현재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는 △IBK투자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와디즈 △위비크라우드 등 총 13개사다.
현재 펀딩진행기업을 포함한 1년간 누계중계건수를 살피면 와디즈가 81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 오픈트레이드 51건, 오마이컴퍼니 22건, 인크 16건 등이다.
증권사 중에서는 코리아에셋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IBK투자증권이 21건을 맡았다. 하반기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체로 등록하고 크라우드펀딩에 뛰어든 유진투자증권(3건), 키움증권(2건), KTB투자증권(2건)의 경우 성적이 초라했다.
이에 대해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향후 경력이 쌓이면 기업에서 먼저 요청이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지금은 증권사에서 나서 업체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라 성공률이 높은 유망기업을 고르는데 신중하게 나서고 있다"고 응대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도 "중소기업금융팀을 5월에 신설하고 직원 채용 등의 세팅이 8월에 완료돼 출발이 늦다 보니 마케팅기간이 짧아 딜이 적었다"고 제언했다.
여기 더해 "계속해서 인력을 보강하고 있고 지금 준비 중인 기업도 많이 있어 내년에는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23건을 진행한 IBK투자증권 측은 "중소기업 자금조달 목적을 갖고 탄생한 회사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돕는다는 취지의 크라우드펀딩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큰 이익이 남는 사업은 아니지만 스타트업 기업이 향후 성장했을 때 파트너십을 기대하며 멀리 내다보고 투자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이하 중기특화증권사) 평가시 크라우드펀딩 중개업 실적을 포함하기로 했지만 증권사들이 적극 참여하는 데에는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기특화증권사 평가시 크라우드펀딩 실적 점수가 160점 중 5점"이라며 "금융당국에서 구두로는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평가표를 보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관련 펀딩 위험도 높아…투자 신중해야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업체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크래프트비어 기업인 세븐브로이, 반려동물 실종방지 플랫폼 구축 기업 네오팝, 한국형 숙박공유 서비스업체인 코자자 등도 크라우드펀딩 청약에 나선 상태다.
특히 영화 관련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IBK투자증권이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진행한 영화 관련 크라우드펀딩 '인천상륙작전'은 일주일만에 5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았고 △사냥 △걷기왕 △뚜르:내 생애 최고의 49일 △판도라 등도 펀딩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화 크라우드펀딩이 실제 투자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익참가부사채 형태로 진행되는 영화크라우드펀딩은 기준 이상의 이익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수익 상황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5억원을 모집한 인천상륙작전은 손익분기점 관객 수 500만명보다 많은 704만명이 관람해 투자자들이 약 25%의 수익을 가져가게 됐지만 '사냥'과 '걷기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다.
영화 사냥과 걷기왕은 손익분기점이 164만명, 45만명이었지만 관객수가 각각 64만명, 9만3000명에 그쳤다. 펀딩금액 7억원을 모집한 판도라는 손익분기점 관객 수 540만을 넘겨야 투자자들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천창민 팀장은 "이익참가부사채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에서도 투자위험도가 제일 높을 수 있다"며 "주식 보다도 투자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위험도가 높은 만큼 자기책임에 의한 투자가 될 수 있도록 본인이 영화사업에 대한 내용을 잘 살펴보고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크라우드펀딩의 특징을 이용해 모르는 부분을 질의를 한 후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