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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박중독예방 위한 전초제근(剪草除根)

도박 유혹 많아진 만큼 도박폐해 예방대책 강구해야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기자  2016.12.07 09: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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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통 '도박'이라하면 참가하는데 돈을 지불(입장료·베팅)하고, 이기면 돈이나 물품을 상(배당금·환급금·상금)으로 받으며, 승패가 숙련도가 아닌 우연에 좌우되는 세 가지 요건을 구비한 놀이를 말한다.

반면에 '내기'는 실력에 차이가 있어도 가능하고 참가하는데 꼭 돈을 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도박과 차이가 있다. 지는 사람이 식대를 계산하거나 심부름을 하는 등 비용이나 노력을 부담하든지, 이긴 사람이 참가자들이 준비하지 않은 물품을 상으로 가져가는 놀이 등이 내기에 속한다.

오늘날 도박은 참가자가 사업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사람들끼리 승패를 겨루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사업자는 도박판을 벌려놓고 관리운영비와 수수료를 취하며, 승패에 따른 상은 참가자들이 나머지 금원에서 나눠 갖도록 변모했다.

우리나라의 합법도박 중 경마, 경정, 경륜, 복권, 체육진흥투표권, 소싸움은 모두 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카지노게임 중에도 블랙잭을 제외한 슬롯머신, 바카라, 룰렛, 포커 등 대부분 게임은 참가자들끼리 승패를 겨루는 방식이다. 즉 대부분의 도박은 기본적으로 돈을 딸 수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

요즈음은 기술발전에 따라 도박을 하는데 '도박장'이라는 장소적 제약이 없어져 입장료를 낼 필요없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 통신수단을 이용해 도박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남들이 운영하는 도박판을 허락 없이 이용하여 불법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또 젊은 고객 유치차원에서 게임 참가 쿠폰을 발행해 도박판 입장료나 참가비를 대신 부담하거나, 참가자를 유혹하고자 신규 회원 가입자에게 일정액의 도박자금을 무료로 보너스로 제공하는 등 주머니 돈을 내지 않고도 도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비일비재하다.

도박할 도구도 없고 감시도 철저한 교도소나 병영에서도 도박판이 벌어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TV에서 중계되는 스포츠경기에 어느 팀 또는 누가 이길 것인가에 내기를 걸고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우표나 반찬을 주든가, 심지어 배식된 식사를 통째로 이긴 자가 먹도록 하는 내기 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메이지 유신 초기 일본에서는 내기결과로 하루 종일 쫄쫄 굶는 재소자가 있었을 정도로 노름이 횡행하여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이러한 도박여건 진화(?)로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나 선생님들 몰래 내기인지 도박인지, 또는 스포츠인지에 대한 인식도 없이 점차 '도박중독'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 2016년 발표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중·고교생들 중 15만명이 도박문제에 직면했으며, 그중 3만명이 도박중독 위험에 빠져있다고 한다.

도박에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거나 도박경험이 있는 젊은 층이 나중에 도박중독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캐나다의 연구사례들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우선은 사업자들이 청소년의 도박 접근 기회를 차단해야 할 것이지만, 1차적 보호자인 학부모와 선생님들도 눈여겨 지켜봐야 한다.

도박은 드러나지 않은 질병이지만 치유될 수 있는 만성병이다. 또 언제든 재발할 수 있으므로 꾸준히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박이란 병은 온정을 베풀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수차례 빚을 갚아주고 사정을 해도 다시 또 도박판을 기웃거리는 것은 그만큼 도박이라는 '악마'가 지독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문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며, 중독되지 않도록 사전예방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급선무다.

도박에 대한 유혹이 많아진 만큼 도박 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감시원이 돼 풀을 베고 뿌리를 뽑는 전초제근(剪草除根)에 힘을 보탠다면 도박중독예방을 위한 사회적 연계망은 더 튼실해질 것이다.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 전 외교부 주일한국대사관 홍보공사 / 전 국정홍보처 홍보기획국장 / 전 외교부 주영국한국대사관 공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