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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창조경제박람회, 스타트업 축제로 변모해야

임재덕 기자 기자  2016.12.06 11: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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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생산물의 개량·발전 및 산업의 진흥을 꾀하기 위해 농업, 상업, 공업 따위에 관한 온갖 물품을 모아 벌여 놓고 판매, 선전, 우열 심사를 하는 전람회.'

이는 박람회의 사전적 의미다. 즉 '산업의 진흥을 꾀하기 위해' 제품을 모아 선전하는 장이지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창조경제박람회는 주객이 전도된 정책 홍보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등 아쉬움이 남았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창조경제박람회가 총 9만6532명의 관람객을 맞이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10만3002명보다 6.3% 감소한 수치다. 미래부가 지난해 18억원에서 올해 33억원으로 2배에 가까운 돈을 투자하며 강조한 '역대 최대 규모 창조경제박람회'라는 타이틀을 생각하면 심히 부끄러운 결과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점은 정부를 제외하고 스타트업부터 육성기업인 대기업까지 그 누구도 '실익이 없다'며 박람회에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기업 관계자들은 "돈 들여 왜 여기에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 "타 전시 대비 얻어가는 것이 너무 없다" "창조경제 정책 효과를 홍보하기 위한 들러리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관객과 바이어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기업이 먼저 나서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여타 전시 및 박람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전체적인 부스 배치부터가 문제였다. 전시의 주인공이어야 할 스타트업은 전시장 밖 통로와 인적이 드문 3층 C홀에 배치됐다. 전시장 중앙은 흥미를 끌 체험존과 창조경제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홍보관이 차지했다.

주최 측의 참관객 모집도 한몫했다. 전시장을 메운 참관객 대부분은 교육부의 공문을 받고 체험학습으로 투입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에게 창조경제에 대해 물으니 "모른다. 수업받기 싫어서 몇몇 친구들끼리 모여 신청했다"는 등 '창조경제'에 대한 사전 교육조차 미비했다.

그런 탓에 각종 체험존만 북적였고, 이번 박람회의 주인공이어야 할 스타트업 부스는 외면받았다. 이들은 단지 718개의 스타트업·벤처가 참여했다는 정부의 홍보 문구 속 주인공에 만족해야 했다.

실제로 전시 첫째 날에는 오후 들어 자리를 빼는 스타트업이 속출했으며, 이튿날부터는 참가 불참을 선언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대로라면 박람회 개최 전부터 제기되던 창조경제박람회 폐지 '설'이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람회 폐지는 막아야 한다.

비선 실세들이 창조경제 정책에 깊숙이 개입해 국정을 농단한 정황들로 창조경제 정책 본질이 흐려지긴 했지만, 대한민국에 창업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벤처 생태계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박람회는 초심으로 돌아가 성과 홍보용이 아닌 실질적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박람회가 돼야 한다. 그 첫걸음은 스타트업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