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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 합의' 정유업계, 오히려 불안감 가속

4분기 호황 기대되지만 중장기적 불확실성 증가…'알래스카의 여름' 끝나나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05 14: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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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수출산업 중심인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많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호조를 누릴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높아져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OPEC 회원국들은 정례회의 결과 현재 일 3370만배럴이던 원유 생산량을 120만배럴 낮춘 일산 3250만배럴로 유지하는 데 합의했다. 사우디가 49만배럴, 이라크가 21만배럴을 감산하고 이란은 9만배럴 증산한다. 특히 비OPEC에게도 60만배럴의 감산을 촉구했고, 이 중 러시아가 3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이후 국제유가는 현재까지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회의 직전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1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45.23달러에서 사흘 후인 지난 2일에는 51.68달러로 14.26%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국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브랜트유는 46.38달러에서 53.94 달러로 16.30% 올랐으며, 현물 거래되는 두바이유 역시 44.65달러였다가 50.39달러로 12.86%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70달러에서 최저 55달러선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국제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가 회복하는 데 전체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가 반등에 따라 전 세계적인 기대심리가 발생해 소비가 투자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따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수출산업 중심인 우리나라 경제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증권시장에서 관련주들이 요동치기도 했다. 조선·건설 등 해외 오일메이저를 바이어로 두고 있는 업종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정유업계는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산업이다.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재고평가이익이다. 싼 가격에 사뒀던 원유를 정제하는 사이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들을 현재 시세에 맞게 비싼 가격으로 내다파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분기 정유4사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당시 국제유가가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재고평가이익이 증가한 결과다.

마찬가지로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유업계 호황이 예상된다. 이미 3분기까지의 각 정유사들의 누적실적이 지난해 총 실적을 훌쩍 뛰어넘은 만큼 4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둔다면 6조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지난 2011년의 실적을 깰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이번 감산 합의가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이란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공정에 투입했을 때 공급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마진을 의미한다.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원자재 비용을 제한 가격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정제마진은 결국 국내 정유사가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들여오는 가격과 소비국이 정유사로부터 석유 제품을 사 가는 가격 간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데, 고유가 기조라고 하더라도 공급이 줄어들어 생기는 고유가와 소비가 늘어 생기는 고유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아울러 다음해 1월부터 6개월의 기한을 두고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번 합의가 과연 실질적으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러시아와 이라크 등 회의 전 감산에 부정적이었던 국가들의 감산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OPEC의 감산 합의에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이에 더해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당장 공격적인 생산에 나설 미국의 셰일오일에 대한 대책도 미비한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 장장 41년 만에 원유 금수조치를 해제하고 본격적인 수출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흔히들 정유업계의 요즘 호황을 '알래스카의 여름'이라고 부른다. 짧은 호황 뒤 긴 불황이 올 것이라는 의미"라며 "제품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실적에 중요한 것은 그에 뒷받침되는 수요기 때문에 더 긴 시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