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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칼럼 "디자인은 혼돈 속에서 질서 만들어내는 것"

브랜드 헤리티지 '아름다움·단순함·퍼포먼스'…디자인에 즐거움 담아야

노병우 기자 기자  2016.12.05 12: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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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안 칼럼(Ian Callum)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가 방한했다. 그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유는 수입차업계 유일의 순수 자동차 디자인 공모전인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 2016'의 최종심사 때문이다.

아울러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재규어 브랜드 디자인의 철학과 헤리티지, 그리고 미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안 칼럼은 디자인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며, 혼돈은 창의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디어(디자인)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도의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 역시 이런 생각들을 통해 재규어의 새로운 스타일들을 만들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설명 없이 차를 보고만 있어도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한다"며 "즐거움이 없이 디자인된 물품을 보면 매력 없어 보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즉, 디자인을 보고 혼란스러워서는 안 되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왜 좋은지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이안 칼럼은 재규어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크게 △아름다움 △단순함 △퍼포먼스 총 세 가지로 표현했다. 그는 "지금의 재규어 모델들은 공통적으로 라인이 아름답고 순수한 표면도 지니고 있고, 무엇인가 굉장한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이는 단순히 과거를 카피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신이 자라났던 60년대 재규어에 대해 '록스타나 축구선수들이 타던 쿨한 브랜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재규어에 합류한 1999년의 재규어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름다운 차이긴 했지만 현대성이나 기술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예전 차를 똑같이 만들던 할아버지 차 브랜드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이안 칼럼은 "지난 10여년간 할아버지 차 브랜드가 된 재규어를 현대인과 여성들이 좋아하는 차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데 노력했고, 차가 멋있어 보이기 위해 비율에 굉장히 많이 신경을 썼다"며 ㎜ 단위로 쪼개 최적의 디자인을 찾아냈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 끝에 이안 칼럼은 재규어에 합류한 이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재규어 라인업을 구축해오고 있다. 

덧붙여 "최근에는 차의 디자인을 복잡하게 만드는 게 트렌드가 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재규어에서는 항상 차의 디자인을 깨끗하고 순수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자이너들 중 필요 없는 걸 불필요하게 덧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 무의미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안 칼럼은 인테리어의 중요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동차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는 "인테리어는 미래의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집중적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다만, 인테리어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모든 게 디지털화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질감이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평적 사고' 필수…다양한 디자인 분야 이해 필요

다음은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와의 일문일답.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차 이외에 영감을 받는 곳이 있다면 무엇인가?

-건축이나 패션, 접시 같은 제품, 혹은 제품 안 디테일 등 다양한 부분에서 영감을 얻는다. 나는 좋아하는 것들이 많고 사진이든 의자든 마음에 드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는다. 영감을 얻는다는 것은 카피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마음에 드는 것을 보았을 때의 느낌이나 분위기 등이 차에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브랜드 헤리티지 중요하지만 시대와 동떨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자율주행차·전기차를 많이 얘기하는데 자율주행차에 대해 어떤 계획 가지고 있는지?

-콘셉트는 늘 준비하고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개념은 2~3단계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안전성을 좀 더 강화하는 쪽으로 기술이 발전할 것이다. 두 번째는 자율주행이 이뤄지지만 선택사항이 되는 단계다. 핸들 등 각종 조작버튼이 있지만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와 다른 일을 할 때를 구분해 사용하는 단계다. 스위치처럼 온·오프 기능이 있는 자율주행이 될 것이다. 그 때는 대시보드 등 필요 없는 부분은 밀어 넣고, 운전할 때 앞당기는 부분도 생각해봐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완전무인이다. 운전을 하지 않을 생각에 내 입장에서는 슬픈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연구하고 있다. 이동식 공간의 개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율주행차지만 사람을 특정 공간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이동식 거실 같은 개념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든 안전의 개념은 적용돼야 한다. 기본적인 안전장치, 벨트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념은 늘 연구하고 있지만 콘셉트카가 나올지에 대한 부분은 구체적 계획은 없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글래스고우 예술학교에 다니며 배웠던 가장 첫 번째 요소는 '수평적 사고'다. 그 전 학교에서는 읽기, 쓰기, 수학을 배웠는데 대학에서는 수평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 디자이너로서는 이런 능력이 필요하다. 나 역시도 매일 어렵게 노력하고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뻔하고 쉬운 해답이 아닌 또 다른 답이나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계속 곱씹어 생각하다 보면 3~4가지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이런 능력은 책으로 배울 수도 있고, 사고방식이기 때문에 길들여지는 데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 창의력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특히 디자인 전공자라면 좀 더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디자인이 우선인지, 자동차 브랜드 판매가 우선인지?

- 두 가지는 상관관계가 있다. 모든 디자이너는 차에 적용되는 각종 부품, 소재에 대한 비용을 다 알고 있다. 그들은 어떤 금액에 맞춰야 한다고 하면 협상하고 맞춰나갈 줄 안다. 어떤 일이든 금전적인 부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평적 사고를 요하는 부분일 수도 있고, 협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제품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함께 통합돼 나타난다. 

디자이너도 이런 부분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높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는 비용적인 부분 때문에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저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제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 중에 항상 비용과 기술적인 부분을 염두하고 있다. 

▲디자인의 전통과 헤리티지를 존중하고 재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도 제시해야 하는데, 재규어가 내세우는 디자인의 현대적인 부분과 미래 특징은?

-재규어 차를 보면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경쟁사와 비교해 봤을 때 우리만의 흥미로운 매력 포인트가 많다고 자부한다.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한 번 비교해 보길 바란다. 

현대적, 미래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우주선같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안전법규 및 규칙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특정 차 패키지가 생기는 거고, 그게 있는 한 어느 정도 이상의 변화는 어렵다.

그래도 재규어는 각종 제약 하에서 최대한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차 전면에는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재규어 얼굴이 있고 전체적 프로파일도 현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도 계승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