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웹(Web) 분야에 '접근성' 개념이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관련 표준이 제정, 2013년부터 모든 공공기관과 법인 웹사이트에서 웹 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됐다.
이제는 웹과 접근성의 개념을 서로 분리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웹 접근성은 우리 생활에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의미로 자리를 잡았는데, 고무적인 결과라 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현재 접근성이 추구하는 방향이 '진정한 사용성 보장'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것. 실제로 웹 접근성과 웹 사용성의 정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웹 접근성을 '어떠한 사용자(장애인, 고령자 포함), 어떠한 기술 환경에서도 사용자가 전문적인 능력 없이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웹 사용성은 '사용자들이 기능성(functionality)을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로,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의 작동·목적·콘텐츠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척도(Mueller, 2003)'라는 의미로 통한다.
즉, 웹 접근성은 '접근과 이용 여부'에 중점을 두는 반면, 웹 사용성은 '이해의 정도'에 중점을 둔다는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웹 접근성은 웹 사용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모든 사용성 설계원리들이 접근성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접근성이 사용성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정의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실상에서도 웹 접근성은 웹 사용성을 온전히 담지 못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측면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각 기관에서 도입하고 있는 웹 접근성 진단방식이 사용자심사보다 전문가심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사용성 강화 측면에는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모두 준수하고 전문가심사 과정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사용성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용자의 실제 욕구와 불편사항을 파악하는 일은 다른 어떠한 방법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사용자심사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
그러므로 사용자심사의 비중을 현행보다 더욱 높여 명목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사용자의 니즈가 반영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과업의 성공과 실패 여부에 따른 평가결과가 점수로 되는 현재 평가방식을 탈피, 더 객관적이고 신뢰도있는 평가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과업의 성공 여부만으로는 사용성 측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반영,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평가지표를 객관화, 정량화해 사용자심사의 평가결과를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평가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지침을 제정할 때 실질적인 사용자의 욕구와 불편을 대변할 수 있는 사용자의 참여 비중이 적다는 것.
앞으로는 관련 정책 마련 시 사용자의 참여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분야의 전문위원을 구성하고, 전문적 역량을 가진 사용자심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확충해야 한다.
또 국내 스크린리더의 웹 표준 준수 수준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는 스크린리더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웹 접근성과 사용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적인 뒷받침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웹 접근성에 대한 모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웹 접근성의 준수가 단순히 인증마크의 획득을 위한 강제적 의무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를 위한 공익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과정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더불어 웹 접근성이 사용성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며 궁극적으로는 사용자의 단순한 접근과 이용뿐 아니라 기능상 이해의 영역까지 개선할 수 있는 보다 광의의 개념임을 명심하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김근우 에이매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