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산삼을 캐는 심마니가 살았다. 그는 예쁜 아내와 두 명의 자식을 두었다. 비록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아주 크고 오래된 산삼을 찾아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엄청나게 비싼 산삼 한 뿌리만 캐면, 자신의 삶이 통째로 바뀔 수 있으리라 믿었다. 아내에게 멋진 집을 선물하고, 자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실컷 사 줄 수 있는 최고의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었다.
세월이 흘러 집은 더욱 가난해졌고, 결국 심마니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이번에 산에 오르면 반드시 귀한 삼삼을 찾으리라. 산삼을 찾지 못하면 결코 산을 내려오지 않으리라.
춥고 험한 산을 샅샅이 뒤지며 며칠을 헤맸지만, 심마니는 산삼을 발견하지 못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반드시 산삼을 찾을 거라 다짐하면서 더 높이 산을 올랐다.
며칠 후, 동네 주민들이 심마니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다들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심마니는 굶어 죽었는데, 그가 쓰러진 주위에는 나물이며 버섯들까지 온통 먹을 것들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마니는 오직 산삼만을 찾으려 했고, 그래서 주변의 다른 것들은 전혀 보지 못했던 탓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돈을 그 목표로 삼는 사람들도 있고, 명예나 권력 혹은 철학적 가치관을 목표로 살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이 바라는 뭔가를 이루어냈을 때 우리는 성공이라 말한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은 너무나 바람직하고 훌륭하다고 본다. 성취감, 자존감 등은 이러한 성공의 향한 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기도 하다. 때로는 실패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것도 모두가 삶의 목표라는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목표도 좋고, 꿈도 좋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당연히 의미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챙기는 일이다. 심마니는 자신보다 산삼을 더 귀하게 여겼다. 산삼이 곧 자신의 삶이었고, 전부였다.
가족들을 위해, 부자가 되기 위해 산삼을 찾아 헤맸던 심마니의 삶을 놓고 사람들의 시선은 각양각색일 터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놓고 보자면, 심마니의 남겨진 가족들은 오히려 더욱 불행해졌다. 남편과 아빠를 잃은 가족은 당분간 실의에 빠져 살아갈 힘을 잃을테고, 먹고 살기 위해 더 어려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참 열심히 살고 있다. 직장에서, 사업장에서 하루하루 매 순간 혼신을 다해 일하고 있다. 때로는 보람도 느끼고, 때로는 절망도 한다. 그리고 다시 일어선다.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 속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 바로 내 자신을 챙기는 시간이다. 나를 다독거려주고, 나를 위로해주고, 나를 안아줘야 한다.
"수고했어, 잘했어, 아쉽지만 최선을 다 한 거야, 내일 또 다시 도전해보자."
얼마나 힘든 세상인가. 삶의 무게에 정말 지친다. 이럴 때 나를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내 자신 뿐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상처에는 그토록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지면서, 내 마음의 상처에는 너무나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하루에도 수 많은 일을 겪는다. 부딪치고, 찢기고, 상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다시 일어나 살아간다. 대견하고 기특하지 않은가.
그런 나를 가만히 안고 있으면, 가슴 가득 눈물이 솟는다. 매 순간 치유하며 살아가야 한다. 산삼은 삶의 수단일 뿐이다. 아무리 크고 오래묵은 산삼이라 하더라도 내 삶보다 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