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촛불집회' 의미 퇴색되지 않길…

김경태 기자 기자  2016.12.02 10:32:3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 국민이 분개하는 가운데 직장인부터 학생, 어르신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주말마다 광화문을 비롯한 서울역, 지방 곳곳에서 대국민 촛불집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벌써 5차까지 이어진 촛불집회는 3일 또다시 예고되면서 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촛불집회는 지난 1992년 인터넷 서비스망 하이텔의 유료화에 반대하면서 처음 열렸다. 이후 2002년 6월13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의 지방도로에서 길을 가던 두 여자 중학생 신효순·심미선양이 주한미군의 장갑차량에 깔려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사인 규명과 추모를 위해 같은 해 11월 열린 이래 한국의 대표적인 평화적 시위로 정착한 집회문화다.

촛불집회에서 촛불은 자신의 몸을 불살라 주위를 밝게 비춘다는 점에서 '희생'을, 약한 바람에 꺼지면서도 여럿이 모이면 온 세상을 채운다는 점에서 '결집'을,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새벽을 기다리는 불꽃이라는 점에서 '꿈과 기원'을 의미한다.

촛불집회는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면서도 폭력이 없는 평화시위라는 점에서 건전한 집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일부 참가자들이 촛불집회의 의미를 퇴색시키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달 26일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의 잘못을 꾸짖고 빠른 시일 내에 하야를 해야 한다고 외쳤다. 몇몇 참가자들은 촛불집회보다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하나의 장소로 여기고, 과도하게 방송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촛불집회와는 관계없는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19일 서울역 집회 현장에서는 몇몇 참가자가 확성기로 '○○○씨가 집회현장을 방문했으니 큰 박수로 맞아주길 바란다'고 외치며 다른 참가자를 홍보하기에 바빴다.  

영화 곡성의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어떤 유명한 한 사람이 참여한다고 해서 촛불집회의 의미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목소리 하나하나가 모여 물결을 이룰 때 현장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고,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