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확실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이다. 신형 그랜저 출시와 동시에 택시모델 판매에 돌입한 것. 이는 조기등판인 셈이자 이례적 행보다.
그동안 현대차는 신차 출시 후 신차효과와 고급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일정시간이 지난 뒤부터 택시모델을 판매해왔다. 택시로 너무 빨리 풀려버리면 프리미엄, 신상이라는 이미지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이처럼 신형 그랜저의 출시와 동시에 선택한 택시판매라는 카드는 연말을 앞두고 점유율이 급감하는 내수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현재 현대차는 아슬란과 쏘나타 등 주요 세단 차종의 판매부진으로 지난해 내수점유율이 39%로 떨어졌으며, 이는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후 처음으로 40% 벽이 무너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11월까지 누적 점유율 역시 40%를 밑돌고 있다.
즉, 현대차의 대표 중형 세단인 쏘나타의 경우 '국민 중형차'라는 명성은 온데간데없고, 플래그십 모델 아슬란은 '위기'라는 말을 단짝친구처럼 데리고 다니고 있는 만큼 신형 그랜저로 불을 꺼야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그랜저가 고급 이미지를 앞세운 준대형 세단이었다면 신형 그랜저 IG는 아슬란 아래급에 있는 모델이자 중장년층이 아닌 이제는 30~40대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는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택시를 판매하면 실적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하루에 많게는 수십 명을 태우는 택시기사들의 '입소문 효과'는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HG 이후 5년 만의 신차 출시라 택시 대기수요가 상당히 많은 점이 현대차가 택시판매라는 카드를 꺼내게 만든 것 같다"며 "다만, 신형임에도 택시모델로 물량이 너무 빨리 공급되면 차량이미지가 악화해 일반고객 대상 판매가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세그먼트는 다르지만 중형 세단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각각 말리부와 SM6를 판매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택시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자가용시장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상황.
이처럼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 택시모델 출시를 서두른 가운데 일반 모델과 달리 구형 에어백을 장착하고, 에어백 개수도 줄이는 동시에 측면이나 전복 사고 등에 대비한 에어백은 추가비용을 내는 옵션으로 분류해 논란에 휩싸였다.
신형 그랜저 택시모델의 모든 사양에 3세대 스마트 에어백을 기본 장착했고, 택시를 제외한 렌터카, 장애인, 일반 모델에는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또 현대차는 택시를 제외한 신형 그랜저 모든 모델에 9개의 에어백 시스템(앞좌석 어드밴스드, 운전석 무릎, 앞·뒷좌석 사이드, 전복 대응 커튼)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반면, 택시모델에는 3개의 에어백 시스템(앞좌석 스마트, 운전석 무릎)을 장착하고 있으며, 다른 모델에 기본 장착되는 앞·뒷좌석 사이드, 전복 대응 커튼 에어백을 장착하려면 55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택시는 국토교통부 규정에 따라 운전석과 조수석에 해당하는 앞좌석 2개의 에어백 설치만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택시의 기본 모델은 택시법인의 요구에 따라 의무화에 맞춰 9개의 에어백 시스템이 아닌 3개의 에어백 시스템이 장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개인택시의 경우 '세이프티 패키지'라는 선택제를 제공해 렌터카, 장애인, 일반 모델과 같은 에어백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차별논란은 물론, 현대차가 탑승자의 안전을 회사의 수익도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한편,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시장의 경우 에어백 장착 의무화와 관련해 세부 규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토교통부가 하루 빨리 일반인이 많이 이용하는 택시에 대한 안전기준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