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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창조경제박람회, 성과 과시용으로 전락

대기업·스타트업·참관객 모두 얻어가는 것 없어…누구를 위한 전시?

임재덕 기자 기자  2016.12.01 15: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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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마치 호객행위를 하러 나온 것 같아요." - A 스타트업 대표. "정부에서 참가하라고 부추겨 나왔지만 투입 대비 얻는 것이 없어요." - B 대기업 관계자. "창조경제가 뭐예요? 그냥 수업 안 듣고 체험학습 갈 수 있다는 얘기 듣고 왔어요." - 체험학습 온 학생.

이는 창조경제박람회에 참가한 스타트업·대기업 관계자·체험학습 온 학생의 말이다. 주최측을 제외하면 이 박람회장에 있는 거의 모든 이의 입장인 것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성과를 자랑하는 자리밖에 안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조경제박람회가 1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이번 박람회는 개막 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소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들이 창조경제 정책에 깊숙이 개입하며 국정을 농단한 정황들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차은택씨(47·구속기소)가 단장으로 활동했던 곳이다. 이와 관련 각종 의혹들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각계 전문가들은 "창조경제 정책으로 인해 대한민국에 창업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벤처 생태계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아왔다.

실제로 박람회장에는 총 718개의 벤처·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이는 참가기업·기관과 부스 모두 지난해보다 각각 52%, 15%씩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박람회장을 찾은 참관객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교육부의 공문을 받고 체험학습 나온 초·중·고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의정부 소재 중학생들은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모른다"면서 "수업받기 싫어서 몇몇 친구들끼리 모여 신청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VR·AR 등 체험존이 위치한 곳으로 몰려갔다.

상황이 이런 탓에 대부분의 인파는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대기업들의 체험 존에 몰려 있었다.

이번 박람회의 주인공은 벤처·스타트업이 아니었다. 보기 쉬운 곳에 위치해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던 전시장 통로의 '스타트업 존'과 C홀에 홀로 배치된 '스타트업 존' 관계자들은 저마다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멀리서 설명을 듣고 가라는 외침도 종종 들려왔다.

이에 박람회장 곳곳에서는 "우리가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정책성과를 알리는 자리에 들러리로 나온거냐"는 말도 나왔다.

박람회에 참가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의 우수한 제품을 소개하고 싶은데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스타트업 부스들도 마찬가지였다.

참관객이 몰린 대기업들도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대기업들의 참가 목적은 창조경제 정책에 따른 중소기업과의 협력 성과와 자사의 기업 혁신 소개다. 하지만, 매해 학생을 비롯한 일반인만 오는 데다 체험 존에만 머물다 가는 탓에 얻어가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참가하고 싶지 않다"면서 "많은 전시를 참가하지만 이 곳만큼 투입 대비 얻어가는 게 없는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인이 주류를 이루기에 체험존을 별도로 운영하라는 압력도 나온다"며 "결국 우리도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가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들러리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