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형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라는 돌발 변수로 채권 금리가 크게 상승한 것이 실적악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희망퇴직, 해외 법인 손실 등의 악재들을 만나면서 남은 4분기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영업이익 1위를 나타낸 곳은 2634억원을 기록한 NH투자증권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586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도 221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0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으로 1·2위를 다퉜던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각각 4위와 5위로 밀려난 상태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403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859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증권도 1956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내는 데에 그쳤다.

줄어든 실적과 더불어 채권 금리 상승으로 4분기 실적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의 채권운용부는 연내 1~2회 기준금리 인하에 비중을 두며 국고채 단기물을 늘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외 시장금리가 급반등하고 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미국이 경기 회복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와 채권가격은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구조로 증권사 손익에 직접적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채권은 금리 하락시 채권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금리 상승 시 채권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입는다.
이번 분기에는 금리 급등(채권 가격 하락)에 이 트레이딩 북에서 손실이 발생, 대형사 트레이딩, 운용부서에 경고등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프라 확충 정책 등에 'AA' 급의 3년물 민평금리는 보름 새 40bb가량 움직이기도 했다.
특히 금리급등이 본격화된 4분기에는 증권사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증시가 조정기에 접어들며 브로커리지가 위축되자 증권사들이 채권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NH투자 △삼성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 △미래에셋 △신한금융투자 △현대 △대신 △메리츠 △하나금융투자 △키움 등 11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113조원으로 거의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채권 보유 규모가 큰 탓에 시장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손실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듀레이션 평균치 0.5년을 가정하면 금리상승 50bp 기준으로 채권평가손실의 경우 채권보유 1위인 삼성증권은 -371억원에 달한다.
계속해서 미래에셋대우 -318억원, NH투자증권 -340억원, 한국투자증권 -354억원, 미래에셋증권 -323억원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적게 타격을 입는 금리상승 수준인 15bp를 가정해도 삼성증권 -111억원, 미래에셋대우 -95억원, NH투자증권 –102억원, 한국투자증권 -106억원으로 이들 대형증권사의 손실은 100억원이 넘는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금리 반등세로 채권운용 부담까지 더해져 상품운용(trading) 손익이 부진할 것"이라며 "보유 채권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운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 법인 손실, 희망퇴직에 따른 손실도 남아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법인에서 개인 고객들의 주식담보대출 손실이 발생했다. 베트남 증시의 유동성 부족으로 반대매매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베트남 법인의 자본금 500억원이 훼손될 수 있을 정도로 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3분기까지 누적 1위를 기록한 NH투자증권은 희망퇴직으로 일회성 비용이 4분기에 반영돼 이익 축소가 불가피하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도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에 따른 채권 보유 규모가 크고 운용도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에 평가 손실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4분기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채권 금리가 크게 뛰어 대형사들 실적이 타격을 입었다"며 "IB와 트레이딩 실적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