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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법 활용하라"는 정부, 철강업계는 '갸우뚱'

실제 공급과잉 해소 효과 적어…업계 자율? 정부 눈치 보는 기업들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01 10: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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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가 취약업종으로 정한 산업에 대해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을 적극 활용할 뜻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원샷법으로 인한 공급과잉 해소 효과가 기대한 것보다 약하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25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7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진행됐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열렸던 제5차 회의에서는 '철강·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지난달 제6차 회의에서는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발표된 바 있다. 이번 7차 회의에서는 해당 산업들에 대한 세부 이행계획(액션플랜)이 발표됐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조조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난한 과정이기에 분명한 원칙을 갖고 꾸준히 추진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며 "4개 업종에 대한 경쟁력 강화방안별로 세부 이행계획(액션플랜)을 마련해 이행력을 확보하고 시장신뢰를 회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철강산업에게는 앞서 지난 22일에 원샷법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가 △동국제강(001230) △현대제철(004020) 포함 3개 기업의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는 내용을 설명하며 원샷법의 효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원샷법 1호 기업' 하이스틸 이후 잠잠하던 철강업계에서 업계 2~3위를 달리는 두 기업이 동시에 원샷법을 신청함으로써 공급과잉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 막상 내용을 까놓고 보면 과장된 면이 많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정부가 철강산업에 있어 공급과잉으로 지정한 품목은 후판과 강관이다. 이 중 후판은 업계 1~3위인 △포스코(005490) △현대제철 △동국제강만이 생산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이미 공급과잉상태임을 인지하고 자체 감축을 완료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더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업체가 많은 강관의 경우는 자체적인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 중심으로 한계기업의 설비 통폐합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이 이번 원샷법을 통해 승인받은 사업재편 계획은 단강 제조설비인 인천공장 전기로 매각 건이다. 공급과잉 품목이 아닐뿐더러 연산 20만톤 규모로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한 자릿수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동국제강은 포항 후판공장 매각 건을 승인받았지만 이미 정부가 공급과잉 품목을 조사하기 전인 지난해 8월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하려고 했던 설비로, 결국 후판 공급량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에 맡기겠다던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행사한 것에 따라 두 회사가 추가 감축에 나서는 형식적인 신청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질적으로 공급과잉 해소가 이루어질 정도로 업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상황에서 세제·자금 지원 등 기업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 경쟁력 강화방안이 나올 때부터 이미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실제 현장에서 선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구조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번에 나온 액션플랜도 여전히 다를 게 없다"며 "기업들의 자율성에 맡긴다고 하지만 결국 원샷법을 신청하라는 말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가 연내 석유화학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 더 원샷법 심의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을 알린 가운데 철강업계 1위를 달리는 포스코가 현대제철·동국제강에 이어 원샷법을 신청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목받고 있는 대상은 후판이다. 지난달 9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만난 자리에서 현재 포스코가 가동하고 있는 후판 공장 중 1개 라인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후판 생산은 총 7개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포스코가 그중 4개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