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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기업인까지 불러내 조리돌림…국회, PCS 청문회 악몽 되풀이할까

청문회 TV 생중계 따른 글로벌 이미지 손상 우려만…비리규명 쉽지 않아 일부 고심

노병우 기자 기자  2016.11.30 14: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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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30일 첫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핵심은 다음 달 네 차례 예정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라는 제언이 일고 있다. 

청문회는 내달 6일 시작해 △7일 △14일 △15일 순으로 예정됐으며, 1차 때는 대기업 총수, 2차 때는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증인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차 때 증언대에 오르는 대기업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총 9명.

현재 기업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된 해당 기업들은 경영 현안에 손을 놓은 채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드는 등 방어준비에 전전긍긍하며 청문회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영 결정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중요한 기업 활동들이 위축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 경영 손놓고 회장 방어체계 가동… 낭비 지적 잇달아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 숫자와 총수들의 면면을 따지면 역대 청문회 중 최대일 것으로 보이는데, 연말인사와 신년 경영계획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 총수 출석이 예정된 만큼 각 사의 경영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문제는 이번 청문회가 끝나도 특별검사의 수사와 관련해서 다시 소환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청문회는 TV 생중계가 예정돼 논란을 낳고 있다. 

각 기업들은 자사의 총수가 증언대에 서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만큼 글로벌시장에서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을 것을 우려한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질 지도 불분명한 와중에 불려가는 것이 기업 손해와 직결돼 염려를 쏟아내는 것.

진상규명보다 총수 망신주기에 집중된 청문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과 정치권, 검찰의 힘겨루기 속에 기업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생중계되는 청문회의 가장 부담되는 위험요소는 바로 총수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기업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렇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회피성 발언을 할 경우 국민에게 큰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청문회는 분명 국회가 자신들이 원하는 답(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줬다)을 듣고자 총수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망신주기에 전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 더해 "하지만 대기업 총수들은 외압에 의해 기금을 강요당하고 특정개인이나 특정기업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받은 만큼 피해자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조사에 성실히 임하면서 각종 의혹들을 해소하고 억울함도 호소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LG그룹과 CJ그룹 등은 총수의 고령과 건강상태를 걱정하는 등 이에 따른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PCS 비리 청문회' 교훈 잊고, 이번엔 '팔순노인' 불러 호통? 

총수들의 평균 나이가 66.4세인 가운데 최고령은 1938년생인 정몽구 회장이다. 정몽구 회장은 우리 나이로 79세다. 

무엇보다 정몽구 회장은 나이뿐 아니라 10여년 전 심장수술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심장막에 물이 고였다는 진단을 받아 전신마취를 통해 가슴을 절개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이후 2009년 심혈관 질환이 다시 재발해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고령으로 행동이 느리고 어눌한 말투까지 있어 국회의원들의 호통 질의나 군기잡기 등의 구태가 재연될 경우 이런 모습이 생중계로 방송되고 글로벌시장에서 망신으로 이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국제적인 조롱거리는 물론, 그룹이 입게 될 타격을 염려한 견해다.

이와 함께 1939년생인 손경식 회장 역시 지난 7월 폐암수술을 받고 현재 치료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 안팎에서는 정몽구 회장과 손경식 회장이 장시간 청문회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굳이 청문회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 고령의 기업인들을 굳이 생중계 카메라가 가동되는 긴장 상황에 몰아넣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나오는 것.

지난 1999년 초 한솔 PCS 인허가 비리 청문회는 '별무 성과' 논란(1999년 2월5일 당시 연합뉴스 보도 등 참조)을 빚었다. 이 사건은 이후 검찰의 수사를 거쳤음에도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2005년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등 용두사미로 끝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외신들도 이번 국정조사를 집중 보도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대차를 비롯한 9개 기업 모두 국내보다 전 세계 시장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만큼 기업을 떠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큰 소리를 냈다. 

아울러 "이미 외신들은 국내 대기업들을 정경유착 기업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이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는다면 국가경제는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