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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절벽도 힘든데 해양플랜트 인도지연까지 겹겹

국제유가 보합세로 발주사 플랜트 투입 망설여…프로젝트 계약·인도 연기↑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1.30 14: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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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더는 수주절벽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지난해부터 조짐을 보이던 신규 선박 발주가 올해 최악의 종착점을 향하는 가운데 '말 많고 탈 많은' 해양플랜트는 신규 발주가 없어 걱정, 만들어진 제품은 인도가 안돼 또 걱정이다.

올 한 해 전 세계적으로 신규 선박 발주는 지난해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선박 수주량은 3330만5064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였던 것에 비해 올해 같은 시기 961만8227CGT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1월부터 10월까지 비교한 결과, 지난해 1014만6132CGT에서 올해는 157만2034CGT로 85% 이상 수직 하락했다. 가뜩이나 절대적인 수주량이 준 상황에서 중국의 약진으로 한국의 점유율이 더욱 떨어진 결과다.

해양플랜트 분야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국내 빅3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해부터 해양플랜트 발주가 뚝 끊겼다.

비록 현재 조선업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해양플랜트지만 규모로 보나 기술로 보나 조선업계의 또 다른 한 축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규 수주 없고 따놓은 수주도 계속 연기

해양플랜트 수주가 단절되면서 각사의 해양부서 인력은 시시각각으로 줄어드는 일감을 체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사내 소식지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는 현재 플랜트 인력의 30~40%는 일손을 놓아야 할 상황'이라고 단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신규 수주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도 고객사 상황에 의해 연기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 공시를 통해 Chevron North Sea Limited와 맺었던 로즈뱅크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1기에 대한 본계약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알렸다.

해당 FPSO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3년 2조원 규모에 수주했으나 발주처의 최종투자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설계 변경 등의 문제로 재협의에 들어간 바 있다. 당초 계약의 기한만료일이었던 30일을 이틀 앞두고 계약 무기한 연장을 공시한 것.

빅3 중 그나마 해양플랜트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에서 단독협상 대상자로 참여하고 있으나, 고객사들이 최대한 계약을 늦추려는 분위기다.

계약규모가 약 27억달러 수준에 달하는 이탈리아 ENI의 모잠비크 코랄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는 연내 수주를 기대하고 있으나, 영국 BP의 Semi-FPU(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는 내년 상반기로 프로젝트가 연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의 전제조건은 견조한 유가인데 국제유가가 생각보다 회복속도가 느려 세계의 오일메이저들이 발주를 꺼리는 것"이라며 "적어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을 회복해야 플랜트 발주가 물꼬를 틀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들어진 플랜트는 인도 지연…구조조정 유동성 우려

이런 가운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해양플랜트의 경우 설계 및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인도가 늦어져 조선소 측에서 추가금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최근에는 발주사에서 여러 이유로 인도를 거부하거나 연기하기를 요청하는 경우가 늘면서 조선업계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워낙 프로젝트 건당 규모가 큰 사업이다 보니 인도가 연기돼 잔금이 늦어지게 되면 유동성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반년째 앙골라 국영 석유사인 소난골과 드릴십 2기를 인도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소난골 드릴십은 각각 지난 6월 말과 7월 말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소난골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이미 두 차례나 연기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난골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잔금 10억달러와 드릴십이 묶여 있다.

이 건조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차례로 만기가 닥치는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약 9400억원을 해결할 방안이 없어 또 다른 재무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미국 애트우드 오셔닉 역시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인도받기로 한 드릴십 2기에 대한 인도 연기를 대우조선해양에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현재 남은 잔금은 4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번 연기에 따라 잔금 중 일부를 미리 받거나 추가 비용 보상에 대해 협의 중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2014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로부터 수주했던 FLNG에 대한 인도시기를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기존 2018년에서 2020년으로 2년6개월가량 연기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해당 공정은 인도대금 비중이 높은 헤비테일 계약이 아니라 공정률에 따라 금액을 지불하는 프로그레시브 계약이라 대금 지연에 대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기본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계약규모도 크지만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라며 "지금같이 인도 연기 요청이 늘어나면 미청구대금의 문제로 또다시 유동성 문제가 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