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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면세점 심사 '김민희'를 許하라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1.30 10: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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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16년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예는 김민희에게 돌아갔다.

올해 37회째를 맞는 청룡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행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런 만큼 불륜 논란을 빚은 배우가 주연상을 받은 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 6월 개봉한 '아가씨'에서 그녀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다 하녀의 도움으로 자립하는 귀족 아가씨 역을 잘 연기했다는 점에서, 상이 아예 자리를 잘못 찾아갔다는 식의 비판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전국 관객 428만명을 동원한 힘은 김민희가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등 그간 보여준 연기력보다도 한층 진일보한 열연을 펼친 데서 기인한다는 것. 이쯤 되면, 사생활 논란을 모르지 않는 심사단으로서도 상을 주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을 터다.

그렇지 않아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면세점 문제가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으로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상황에 김민희 수상을 결정한 청룡의 선택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월14일 독대했을 당시 추가 출연금을 내는 대신 면세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 번 부자-형제 간 이전투구보다 검찰 수사가 쉬울 것이라는 전망,

신 회장 등 수뇌부를 영어의 몸으로 만들 가능성도 높은 게 아니냐는 호사가들의 이야기까지 나온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 SK와 롯데는 지난해 11월 특허권 재승인에서 탈락해 20년 넘게 운영한 매장 문을 닫았다.

특허가 취소된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그런가 하면 한화와 두산은 면세점 경험이 없었지만 신규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연히 몸이 달아 로비로 새 판을 깐 게 아니냐는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이번 연말 심사의 판이 열렸다고 해서, 이를 아예 다시 걷어치우자고 쉽게 정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 제도가 문제가 많고 최씨 논란으로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현행 시내 면세점 허가제를 신고제(등록제)로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까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정실적 판단에 의한 결정 가능성 등 부작용을 감안하면서 허가제를 도입한 것에도 나름의 이유(무한정 자유경쟁을 하게 해서 얻을 국익보다 이를 일정하게 규제 및 관리해서 관광산업과의 시너지 극대화의 황금비를 찾아야 할 필요가 크다는 점)가 있다. 

이런 만큼 최씨 논란 때문에 제도를 뒤엎고, 연말 심사를 모두 백지화하자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여기서 현대백화점그룹 등 다른 주자들이 열심히 뛰고 있는 와중에 대회를 마련한 과정에 문제가 있으니 아예 대회 취소, 무기한 연기 등을 선언하는 것이 도의가 아니라는 점은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아무리 돈에 혈안이 된 상인이라 해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상도덕이 있듯, 행정 당국의 말과 행동에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행정행위에는 공정력이라는 일반 당사자의 법률행위보다 한층 더 우월한 힘이 인정되는데, 그 근거는 공무원이나 관청이 무조건 우월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위기가 있어도 행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며 '조령모개(朝令暮改)'하지 않고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공복의 자세에 기반한다.

롯데 등은 현재 면세점 자리를 다시 얻고 싶어할 것이고, 가장 상처받을 존재들 또한 의혹의 중심에 선 이들 기업일 것이다. 롯데 측 조합에서 '같은 조건이라면 우리에게 다시금 기회를 달라' '직장 문이 다시 열리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성명을 냈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이번 면세점 심사를 백지화한다면, 롯데가 미심쩍고 미워 직원들을 몰아내자는 것밖에 안 된다.

기왕에 열린 심사이니 일정대로 차질 없이 공정하게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지금 심사에는 적기라고 발상의 전환을 할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배려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없는 심각한 지경에서 눈을 가리고 저울 무게를 달 듯, 공정한 처리를 할 여건은 조성됐다. 

의혹의 중심에 선 롯데든, 첫 면세점 오픈 기회를 노리고 뛰는 현대든, 김민희처럼 당당하게 실력으로 상을 받으면 된다. 가장 공정하게 행정 당국의 평가 능력을 집행할 기회를 슬그머니 내려놓는 손쉬운 선택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