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 달 전에 난(蘭) 분갈이를 했다. 게으른 탓에 분갈이할 시기를 놓치고 차일피일 미뤄오다 실행에 옮긴 것이다. 화원에서 난석을 구입하고 깔개를 펼친 후에 가위를 소독하여 준비를 마친다.
뿌리로 가득한 난을 조심스럽게 화분에서 꺼내어 썩은 뿌리를 가위로 잘라내고 시든 줄기도 과감하게 제거한다. 화분을 깨끗이 씻어서 닦아낸 후에 난석을 일부 바닥에 깔고 난을 잡고 뿌리가 자리 잡도록 난석으로 채운다. 물주기와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면 분갈이는 끝난다.
잘라낸 줄기와 뿌리를 가지런히 정리하여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내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다.
과정은 복잡하지 않지만 자주 하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한나절이 걸린다.
깔끔해진 화분을 바라보니 미루던 과제를 마친 기분이 든다. 분갈이 이후에 곱게 자랄 난들이 기대된다.
처음 분갈이를 할 때에는 썩은 뿌리를 과감하게 자르지 못하고 난석이 부족하여 일부를 재사용했었다. 그 결과 분갈이 이후에도 이전과 같이 시든 줄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분갈이 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줄기가 건강한 것 같은데 썩은 뿌리가 가득한 화분이 있는 반면에 줄기는 많지 않지만 생명력 있는 싱싱한 뿌리가 적당히 자리 잡고 있는 화분이 있다는 것이다.
무성한 것 같지만 근본이 약한 난과 무성하지 않지만 균형 잡힌 줄기와 탄탄한 뿌리가 있는 난이 비교가 되어 나는 어디에 속하는지 자신을 비추어 본다.
또한, 난의 뿌리와 줄기를 정리하면서 분주한 일상에서 정리할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가득채운 썩은 뿌리가 새 뿌리가 나오는 것을 방해하므로 난이 성장하지 못하고 줄기가 시드는 것과 같이 영과 육의 양식을 공급받는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은 없는지.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고 하며 다음과 같은 선행 질문을 제시한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지 않지만 만일 규칙적으로 행할 경우 자신의 삶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성공적인 삶을 위한 3번째의 습관으로, 가치관에 의한 소중한 것을 결정하여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관리란 소중한 것을 먼저 하는 것이며, 리더십은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인데 비해 관리란 이 소중한 것들을 항상 우선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모처럼 난 분갈이를 하면서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본다.
하루를 보내면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먼저 하게 되는지. 관계와 습관 때문에 미루고 버리지 못하는 썩은 뿌리와 같은 것은 어떤 것인지. 잎만 무성하여 자칫 뿌리와 같은 나 다움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서 정말로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며칠 전에 신아(새순)가 돋는 것을 보았다.
고경일 코치 /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IBK기업은행 기업금융지점장 / 저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부하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