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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한 아우 없나" 정유사 맏형 'SK이노베이션' 임금협상은?

중노위 '기본급 1.5% 인상안' 조정 실패…사측 '동결' vs 노조 '인상' 팽팽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1.23 16: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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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파업 무풍지대였던 정유업계의 올해 노사갈등이 심상치 않다. 경쟁사들을 멀찍이 따돌리면서 정유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SK이노베이션(096770)의 상황이 특히 그렇다.

23일 SK이노베이션 노조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신청했던 임금협상(임협) 조정은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렬됐다.

지난달 초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중노위에 임금협상 조정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지난 7일 최종 협상안을 제시할 예정이었지만 22일로 이를 연기했다. 결국 다시 사흘 앞당겨 지난 18일 최종 협상안 조정을 진행한 결과 실패에 이른 것이다.

중노위는 조정안으로 1.5% 기본급 인상안을 내놓았으나 양측이 모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을 시작할 때 5% 이상 인상을 요구하던 노조가 GS칼텍스 수준과 비슷한 1.7% 이상을 주장했으며, 사측은 한결같이 임금 동결을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SK이노베이션의 임협 결과는 언제나 업계 관심의 대상이었다. 맏형격인 SK이노베이션의 협상 결과에 따라 다른 업체들의 협상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7월 말 SK이노베이션이 기본금 2.5% 인상에 격려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임협 타결을 이끈 후 △GS칼텍스 2.5% △S-OIL 2.7% △현대오일뱅크 2.3% 등 비슷한 수준의 협상이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SK이노베이션의 노사 협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업계 2위인 GS칼텍스가 먼저 임협을 끝마쳤다. GS칼텍스는 지난 11일 기본급 1.7%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임금인상안에 잠정합의했다. 물론 노조에서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에 비해 초라한 결과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실제 세계적인 불황과 무역시장 경색으로 줄줄이 시름하고 있는 다른 산업과는 달리 정유업계의 올해 성적표는 눈이 부신 수준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2조3792억원을 기록함으로써 작년 영업이익(1조9796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따라서 노조는 임금 동결을 고수하는 사측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회사 성적이 좋지 않았던 지난 2014년에는 노조도 위기 극복 차원에서 임금을 동결했다"며 "이번 사측의 동결 제안은 현재 호조를 달리고 있는데도 미래 리스크까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황도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3분기 낮은 정제마진과 환율 리스크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하긴 했으나 4분기에는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월말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례회의에서 석유 감산에 대해 긍정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터다.

배럴당 50달러선을 회복한 국제유가는 물론이고 정제마진 역시 8달러 이상으로 회복하면서 4분기 정유업계의 실적은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추가 기우는 등 업계 빅4의 올해 실적 또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런 와중에 노조가 쉽사리 사측의 동결안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진단이다. 특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에 SK그룹 역시 이름을 올려 노동자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는 중이다.

최근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또 SK그룹의 3개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약 110억원을 납입하기도 했다.

중노위 조정에 실패함에 따라 SK이노베이션 노조는 일단 파업권을 획득한 상태다. 정유사 노조는 지난 2004년 LG칼텍스(현 GS칼텍스)가 파업한 이후 단 한 차례도 파업을 진행한 사례가 없는 탓에 SK이노베이션 노조 역시 파업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 특성상 파업이 한 번 시작되면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라 쉽게 파업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정에서 넘어가 중노위에서 중재 결정을 내리면 양측 다 불만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