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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오지마의 조니워커, 중국에는 마유크림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1.23 17: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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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2006년에 제작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는 2차 대전 당시 이오지마(유황도) 전투를 일본군의 시각에서 그린 전쟁영화다. 태평양 전선 곳곳에서 미국에 밀리기 시작한 일본이 요충지인 이오지마를 방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무렵을 다뤘다.

지금도 미국은 세계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강대국이지만, 당시 일본과의 경제력 격차도 상당했다. 자동차 생산능력만 해도 일본의 450배가량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상황이니, 아무리 진주만을 성공적으로 기습했다고 해도 전쟁 자체를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애초 아니었던 셈이다. 영국 역시 초반부 아시아 전선에서 일본의 기습 진격 때문에 고전했지만 임팔에서 승리한 뒤 영연방 전체 역량을 끌어모아 반격에 나섰다.

보급이 부족해 어려운 섬 수비대 사정에서 일본군 사령관인 쿠리바야시 타다미치 장군에게 니시 타케이치 중좌(중령)가 방문한다. 이때 들고 온 술이 영국 술인 조니워커(레드라벨)이다. 아예 극중에서도 "용케 구했구만, 조니워커"라는 대사가 들어가 있다.

고전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도 일본군 수용소장이 포로 대표인 영국군 장교를 회유하기 위해 초대한 장면에서 같은 술이 나온다. 콰이강에 다리가 완공된 시점이 1943년이므로, 이 영화의 배경은, 그러니까 태평양에서 일본군 기세가 꺾인 전환점인 미드웨이 해전 이후다. 전쟁이 당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군의 초조함이 배어 나오면서 포로들을 학대해 다리를 놓던 때다.

지금 한국에서는 흔히 구할 수 있는 술 중 하나로 여기지만, 전쟁 중에 적국의 우월한 기술력이나 생산력 같은 상황의 대명사, 답답하고 어쩔 수 없는 열패감을 드러내는 도구로 일본 장교들이 씁쓸하게 받아들이는 명품이 조니워커였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본격적인 한류 압박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화적 우월감에서 자국 중심주의를 펼치는 와중에 한국 콘텐츠의 과용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상품 일반에 문을 닫아거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불길한 전망도 나온다.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콘텐츠와 상품이란 어떤 의미일까. 뿌리 깊은 중화주의 그리고 이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를 주무른다는 G2 일원으로서의 자의식에서 보면 무한정 열광하고 대체물을 찾기 어려운 우수한 존재로 그들이 생각할 대상은 사실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는 지금 닫히고 있는 중국과의 교류 대문을 보면서 일부 상품들은 중국이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대단한 아이템들이 없진 않다는 데 위안을 더는다.

애니메이션 기술은 중국이 쉽게 따라잡지 못해 우리 인력을 아예 불러들이거나 회사를 차려줄 정도다. 처음에는 이렇게 모두 뺏기고 기술이 맥을 파악당하면 끝이라는 열패감이 우리 쪽에 있었으나, 그 흐름이 벌써 몇 년 새 이어짐에도 인력 수입의 끝은 좀처럼 오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일종의 인력 수출 시장을 뚫어 공생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화장품 부문에서도 수출 빗장을 걸더라도, 중국이 당분간 따라오지 못할 영역에서 우리가 비교우위를 확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료와 화장품을 넘나드는 고급화 제품이 새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중국인들 사이에서 크게 성공한 제품들이 반격의 실마리를 공급해줄 것이라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 마유크림 하나만 해도 자존심 강한 중국이 쉽게 포기 못할 경지의 물건이다. 결국 뭐가 됐든, 최선을 다해 잘 만드는 길밖에 없다. "아, 마유크림은 도저히 중국에서 내쫓을 수 없지"라는 탄식이 훗날, 지금의 한류 탄압 상황을 기록물로 만들 때 대표적인 대사로 들어간다면 통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