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급과잉업종으로 지정된 철강산업에 대해 구조조정 압박이 거센 가운데 업계 1·2위를 달리는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의 사업재편에 관심이 모인다.
당장 사업재편 관련 정부 심의를 앞둔 현대제철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는 포스코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 중이다. 더욱이 포스코가 해외에서 생산한 철강재의 국내 역수입 문제까지 겹치면서 업계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2일 산업부 제4차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의 사업 심의를 받는다. 현대제철이 앞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하 원샷법)'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중견 철강기업인 하이스틸이 원샷법 신청 1호 기업에 이름을 올린 후 철강업계에서 첫 신청으로 업계 관심이 집중된 터다.
다만 현대제철의 신청내용이 정부가 업계의 공급과잉품목으로 주목했던 후판이나 강관이 아니라 비주력사업부문의 매각 내용을 담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는 당초 기대됐던 사업재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진단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제철이 원샷법을 신청한 단조사업은 금속재료에 기계적 작업을 가해 일정한 모양을 만드는 사업으로 주로 조선·기계설비에 들어가는 제품이다. 기존에 진행해 오던 자체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활법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현대제철 측의 설명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미 인천 전기로 단조설비를 연말까지 폐쇄하고 순천공장으로 사업을 일원화하는 계획은 원샷법 시행 이전부터 준비했던 자체적 구조조정 중 하나인데 세제 감면 등 효율성 측면에서 (원샷법을) 활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판, 철근 등 다른 사업에 있어서 원샷법과 관련돼 논의가 나온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의 인천공장 단조용 설비는 지난 7월부터 정리에 나섰다. 약 2000억원을 들여 순천공장을 완공하고 지난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이번에 원샷법 적용을 받으면 인천공장의 단조용 설비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대제철이 굳이 비주력사업부문과 관련, 원샷법을 신청한 것을 두고 사업재편에 대한 정부와 포스코의 압박을 받은 탓이라는 해석을 한다. 현대제철이 원샷법을 신청하기 얼마 전 포스코가 후판 생산 감축에 대한 뜻을 내비쳤기 때문.
주형환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은 이달 9일 앞서 지난 9월 발표했던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후속조치 차원에서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찾아 권오준 회장과 현재 철강업계의 공급과잉 상태에 대해 의논했다. 여기서 주 장관은 포스코가 업계 회장사로 선제적 사업재편에 나선 점을 격려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권 회장 역시 "수요 급감에 대응해 고급 후판 비중확대를 통해 후판 생산 능력을 조정하겠다"며 "조선산업과 비조선산업 수요를 감안해 후판 1개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포스코가 후판 감축에 대해 처음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또 다른 후판 생산업체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001230)도 감축에 대해 직·간접적 압박을 받게 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제철이 원샷법을 신청한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한편, 포스코의 베트남 해외합작법인 '포스코SS비나'에서 생산한 건설용 철강재 H형강이 국내에 싼 가격에 역수입되면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해당 제품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고려한다고 전해져 기업들 간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해당 H형강 제품은 지난해까지 값싼 중국산 모델로 피해를 보다가 반덤핑 제재를 가한 후 겨우 시장가격이 안정됐는데 포스코의 역수입 제품 때문에 반덤핑으로 인한 성과가 퇴색됐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본사가 국내로 유입한 것이 아니라 값싼 H형강을 원하는 실수요층이 수입업체를 통해 SS비나에게서 수입한 제품"이라며 "베트남 현지시장이 안정되면 국내 유입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