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화나 드라마·소설, 그리고 스포츠 등 여러 문화 콘텐츠는 직·간접적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 배경이나 제목, 주제가 어떤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현상도 바라볼 수 있다. '콘텐츠 렌즈'에선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콘텐츠의 직·간접적인 시선을 공유해 본다.
공식 출시를 하루 앞둔 그랜저IG. 1세대 등장 이래 최대의 부담감을 안고 출발하는 처지가 마치 코믹스 '드래곤볼' 속 소년 손오반과 흡사하다.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차를 견인하는 것은 물론, 아슬란과의 시너지 효과마저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은 어린 나이에도 '지구 평화'를 지켜야 하는 손오반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슬램덩크와 함께 1990년대 '코믹스 양대산맥'인 드래곤볼은 '3대 코믹스' 원·나·블(원피스·나루토·블리치) 글로벌 판매부수에 뒤지지 않을 만큼, 당시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왔다.
비록 뒤로 갈수록 주제가 바뀌긴 했지만, 드래곤볼 기본 토대는 중국 장편소설 '서유기(西遊記)'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주인공 손오공이 소원을 이뤄주는 드래곤볼을 찾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험담이다.
이 중 손오공 장남인 손오반은 '어릴 때부터 탁월한 재능을 지닌 2세대 영웅'으로, 인조인간 셀과의 전투를 통해 주인공 타이틀를 얻었다(물론 다시 손오공으로 변경).
다만 전투를 즐기던 손오공과는 달리, 평화주의자인 손오반은 코믹스 특성상 주인공으로 거듭나기까지 많은 고난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주인공으로 거듭난 인조인간 셀과의 전투에선 손오반에겐 결코 적지 않은 부담감이었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의 손오반은 '지구 평화'라는 사명감과 동시에 악당(셀 주니어)들에게 당하는 동료도 구해야 하는 처지. 여기에 왼팔이 부상당하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자신이 싫어하는 전투를 펼쳐야만 했다.
이런 부담감은 국내 중대형시장 '절대강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랜저IG도 그에 못지않아 보인다.

회사는 그룹 출범(2000년) 이래 사상 최악의 내수 점유율을 겪고 있는 상황이며, 얼마 전 공개된 디자인도 '브랜드 정체성 변화'의 논란이 제기돼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브랜드 디자인으로 추구하던 '헥사고날'(육각형 모양) 대신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을 장착하면서 현대차만의 디자인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거듭된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 플래그십 모델인 '아슬란'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어 '그랜저IG 성패'가 그룹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드래곤볼에선 손오반이 셀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던 계기는 그가 짊어진 부담감이 아닌, 동료 인조인간 16호 죽음을 통해 폭발한 순수한 본인의 잠재력이다.
그랜저IG가 지닌 부담감도 어찌 보면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기대어 현대차와 그 주변 상황이 떠넘긴 무책임한 숙제에 불과하다. 때문에 그랜저IG는 이런 부담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본인 스스로의 잠재력, 즉 상품성만 시장에 제대로 폭발시킬 수 있다면, 이전 명성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