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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비참한 대학 생활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1.18 15: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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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학생의 현실은 정면으로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 '대학은 자본주의의 하급간부를 육성하는 공장이 됐고, 지식인들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 '대학생은 사회 전체에 대한 저항을 통해서만 자신들의 소외에 대한 저항에 나설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0년 전인 1966년 11월 '비참한 대학 생활'이라는 소책자를 통해 분출된 프랑스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2016년 한국의 대학과 놀라우리 만큼 닮아 있다. '흙수저', '헬조선' 같은 신조어가 상징하듯,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빈곤의 한복판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학점 관리, 취업 준비의 압박에 시달리지만 졸업 후의 전망은 암담하기만 하고, 재정 지원이라는 자본의 권력 앞에서 장기적이고 통찰력있는 학문연구는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대학교수를 비롯한 지식인들 역시 이런 상황을 그저 묵인하고만 있다.

이런 비참한 대학 생활을 행복한 대학 생활로 바꾸는 것은 가능할까? 50년 전 대학생은 개인의 문제에 머물지 말고 사회의 비참함에 눈을 돌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비참함의 근원인 사회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상의 축제적 전복이라는 새로운 혁명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 제언은 실제로 전 세계 수많은 대학생들로 하여금 역사적 실천에 나서 새로운 사회를 향한 저항과 혁명의 슬로건을 외치게 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그로부터 50년 후 현재 한국 사회도 저항의 촛불이 거대한 횃불로 타오르는 순간을 목도하고 있으며, 그 현장의 중심에 대학생들이 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대학생들이 '성직자와 경찰 다음으로 가장 널리 멸시받는 존재'라는 도발적인 비판으로 시작한다. 1960년대 소비자본주의의 물신주의적 사회에서 새로운 빈곤층이 된 대학생의 처지를 고발하는 동시에 대학생들에게도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다. '연장된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뿐인 대학생들이 그들의 결핍에만 관심을 둘 뿐 사회의 총체적 비참함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대학생의 현실은 비단 프랑스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던 청년 저항운동은 어쩔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당시 프랑스를 넘어 유럽과 미국, 소련, 일본 등에서 펼쳐지던 저항운동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일상생활의 혁명'의 지침을 다루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놀이와 같은 혁명적 축제'를 제언하고 있다. 이는 '상상력에게 권력을',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등의 슬로건을 내세웠던 68운동의 신호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지난 1966년 11월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과 스트라스부르대학교 총학생회가 제작, 배포했으며 그 이듬해인 1967년 봄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이 저작권 공유를 명시하며 출간한 판본을 번역했다.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은 1957년 결성해 1972년 자진 해산하기까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국제적 전위 조직이다. 민유기 경희대 사학과 교수가 번역했으며,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책세상이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가격은 98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