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11.17 18:06:44
[프라임경제] '최순실 게이트'를 다룰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 본회의에 회부됐다.
상설특검법과 비교해도 상당히 강력한 특검이다. 이번 법안이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라는 충격적인 사건 내용을 다루게 된다는 점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상설특검법과 달리, 14일 여야 간 합의로 설계된 이번 특검법안은 야당들이 추천하는 2인 후보 중에 대통령이 지명하게 돼 있어, 사실상 야권에 의한 주도 시스템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지금 상설특검법이 갖는 구조,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고르는 구조가 불공정한 인물을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은 아니다. 야권에 절대적으로 추천권을 넘기는 방식을 이번 법안에서 선택한 것은 야권에서 바라는 인사 중 하나를 임명케 함으로써, 그만큼 더 엄격한 수사를 행하게 할 필요가 높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중립적이고 바른 사람을 임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을 한층 더 서릿발 같은 위엄이 실린, 조사 대상에게 비우호적인 인물을 골라 추천하고 또 그런 이가 뽑히게끔 방점을 찍은 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비우호적인 선에서 끝나야지, 적대적인 인사를 골라 들여보낼 창구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특히나 그런 점에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특검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물론 이들은 변호사 출신으로 나름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법 체계에서는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못할 사정이면 그 일을 피하도록 하는 제척과 기피, 회피 등 제도를 둔다.
검사의 경우는 그런 규정이 없으나, 공정한 수사를 위해 법관의 예에 준해 이런 제도를 강제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다. 그런데 갑자기 특검 이야기를 하다 왜 새삼 회피니, 제척이니 혹은 기피 이야기를 하는가, 그 이유는 이렇다.
이 전 의원의 경우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논란의 정당에 몸담았던 이라 지금 이렇게 논의되는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돼 길게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의 경우는 추천 여론의 선의는 이해하지만, 정말로 잘못된 의견이라는 생각이다. 채 전 총장이 사퇴하게 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이 청와대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높다. 물론 그런 일이 소문 그대로 100% 사실일 경우 정치적 야비함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새삼 없겠다. 부당한 문제로 공직에서 물러난 인물이 정권에 대해 가질 불만도 고려해야 한다.
이 논의는 설사 그에게 추천 제의가 들어오더라도, 현행법상 판사에 준해 검사의 직을 특별하게(임시로) 수행하는 특검의 속성상 그 스스로 회피해야 옳다고 본다(표현이 거칠기는 하다. 자칫 채동욱이라는 한 인간이자 훌륭한 법조인의 기본 성품 자체를 의심하는 것으로까지 이 글이 읽히지 않길 바란다).
그럼에도 이런 식의 고려 대신 그저 국민 여론을 반영해 임명을 검토하겠다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아 실망이 컸다.
17일에 이르러서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우리도 채 전 총장을 (추천)할 생각이 원래 없으며, 특검을 정할 때 민주당, 국민의당 몫을 따로 올리는 게 아니라 국민의당이 추천했더라도 우리가 비토할 수 있다"고 말해 간신히 제동이 걸린 듯하다.
2명을 추천하라고 해서, 사이좋게 가장 큰 야당, 두 번째로 큰 야당이 하나씩 나눠서 추천한다든지 하는 논의도 물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상설특검법을 넘어설 대단한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쁜 법이 등장할 수 있다.
야당에 후보들의 선출권을 아예 준 것은, 이번 정권에 대해 대단히 시니컬한 인사를 고를 정도의 힘을 더 얹어준 것뿐이다. 무조건 지금의 대통령이 싫다거나 심지어 그를 증오하는 인물이 특검이 될 수 있도록 도우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논의에서는 그런 점을 망각한 게 아닌지 일말의 기우가 있었다.
국민들이 이번 사건 더 나아가 정권의 실정 전체에 대해 가진 실망감을 풀어줄 능력, 감각과 기본적인 양심을 갖춘 인물을 골라달라는 주문이 이번 특검법의 추진 취지다. 가장 원한이 깊을 이에게 조리돌림이나 매질을 맡기자는 식으로는 특검을 논하지 말자. 그러면 앞으로 특검 제도가 영영 없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