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 괜히 공허한 마음이 든다. 입이 심심해 주변을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게 곧 쉬는 것이자 낙(樂). 필자 포함,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탐구해본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앉아 격식있는 대화를, 혹은 연인 간 밀어를 나누며 부드러운 고기를 썬다. 칼질 한 번에 육즙이 흐르는 고기 한입….
'스테이크(Steak)'하면 아직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집에서 직접 요리한다거나 무한리필집이 생길 정도로 대중화된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는 비프스테이크를 지칭하는데, 다른 육류로 만들어졌을 경우 동물 이름을 붙여 부른다.
스테이크는 '구이(Roast)'를 의미하는 노르웨이 고어 '스테이크(Steik)'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에는 고기 자르는 방식을 의미한다. 큰 고깃덩어리에서 근섬유의 반대 방향으로 써는데 적어도 2~2.5㎝ 이상의 도톰한 두께가 특징이다.
다진 고기를 스테이크 형태로 만든 함박스테이크나 척추·등뼈를 따라 조각낸 생선 스테이크, 우리나라의 육회와 유사한 생소고기를 곱게 다지거나 갈아 만든 스테이크 타르타르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필자는 생선 스테이크보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육지 고기에 초점을 맞추겠다.
◆핏물이 흐르는 스테이크? 부드럽고 촉촉한 육즙?
미디엄(Medium), 레어(Rare) 정도로 살짝 익힌 스테이크는 속살이 붉다. 칼로 썰기라도 하면 붉은 액체가 스멀스멀 쏟아진다. 이게 핏물인지 육즙인지, 역시 붉은 색이니 외견상으로는 핏물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그래서일까. 남성스러운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18세기 런던을 중심으로 종종 '비프스테이크 클럽(Beefsteak Club)'이라는 이름의 남성 사교 모임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스테이크에서 나오는 붉은색 액체는 피가 아니다. 약간의 피가 섞였을 수는 있지만, 소고기는 도축과정에서 피를 모두 제거한다. 피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냄새와 색이 변질되는 것은 물론 위생상에도 좋지 않기 때문.
근육 사이사이 모세혈관에 남아있는 극소량의 피까지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해서 미량의 피로 고깃덩어리가 붉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피가 아닌 근육 속에 들어있는 산소운반 단백질 '미오글로빈'이 그 원인이다. 헤모글로빈처럼 미오글로빈도 붉은색을 띈다.
번외로 생선살 또는 닭고기 등이 흰색인 것은 근육 내 미오글로빈이 적게 포함돼서다. 반대로 미오글로빈이 많은 말고기는 진한 붉은색을 띈 것을 볼 수 있다.
근조직 덩어리인 스테이크를 불에 구우면 근육조직이 변형·파괴되면서 안에 있던 붉은색 미오글로빈과 기타 영양성분, 지방성분 등이 수분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게 바로 우리가 흔히 핏물이라고 여겼던 스테이크 육즙의 정체다.
◆함박스테이크의 원조 '몽골'
인류 최초의 스테이크는 불을 최초로 사용한 구석기 시대였지 않을까. 그저 단순히 불에 구워 먹었던 것이 이제는 나라마다 스테이크를 굽는 스타일, 소스 등 특징들을 지닌다.
미각이 둔한 필자는 흔히 등심과 안심 스테이크도 구분 못하며 먹으나 스테이크로 사용되는 쇠고기는 몇몇 부위로 한정돼 있고 저마다 어려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쇠고기에서 스테이크용으로 사용하는 부분은 소의 어깨부분부터 등쪽으로, 갈비·허리·허리끝까지다.
부위별로 어깨부분의 '블레이드 스테이크(Blade Steak)'와 갈비부분의 '립 스테이크(Rib Steak)', 허리부분의 △포터하우스 스테이크(Porterhouse Steak) △티본 스테이크(T-bone Steak) △클럽 스테이크(Club Steak)가 있다.
허리끝에서 잘라낸 '설로인 스테이크(Sirloin Steak)' '핀본 설로인 스테이크(Pinbone Sirloin Steak)', 넓적다리 부분에서 떼어 낸 '라운드 스테이크(Round Steak)'도 있다.
한편, 햄버거에 들어 있는 고기로 우리에게 친숙한 함박스테이크는 사실 독일이 아닌 몽골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몽골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당시 몽골인들은 말 안장 밑에 고기를 넣고 다니며 말 위에서 식사했다고 전해진다. 몽골이 침략한 이후 러시아에서는 지금의 함박스테이크와 비슷한 이 고기 요리를 '스테이크 따르타레(Steak Tartare)'라고 불렀다. 몽골 스테이크라는 뜻이다.
이후 이 요리는 14~15세기에 독일의 함부르크까지 퍼졌고, 함부르크에서 뉴욕으로 건너갔다. 이를 미국인들이 함부르크에서 와 '함박스테이크(Hamburg steak)'라고 부른 것이 지금의 이름으로 자리 잡은 것.
몽골의 의문의 1패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이번 한 주도 고생한 자신을 위해 집에서 스테이크 한입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