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하면서 전 세계가 앞으로 일어날 경제적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대미 수출비중이 크지는 않으나, 미국의 경제정책에 따라 격변하는 무역 시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공급과잉업종으로 지정돼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석화업계지만 최근 실적은 기대치를 상회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을 확보해주는 것은 범용화학제품인 에틸렌과 주요 수출제품인 파라자일렌이다. 양쪽 다 원유에서 뽑아내는 나프타(납사)를 원료로 사용한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나프타크래커(NCC) 설비 위주인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확보됐다. 이에 더해 세계 각국의 NCC설비가 사고·정기보수 등으로 가동에 문제가 생기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 현재 NCC설비를 가동 중인 국내 업체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SK종합화학 등이다.
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은 △화석연료 규제축소 △석유생산 확대 △셰일가스 개발확대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의 내용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석유 생산량을 확대할 시 저유가 기조가 더욱 강화돼 NCC설비를 갖고 있는 업체들의 수익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현재 석화업계의 최대 시장인 중국 상황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긍정하며 특히 중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은 자국 화폐가치를 지속적으로 평가절하하는 방식을 통해 대미 수출에서 흑자 기조를 유지했고 그 결과 미국은 막대한 달러를 잃었다. 트럼프는 이렇게 왜곡된 무역시장에 대해 비판하며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까지 불사하겠다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내 석화업계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국의 석화업계는 전체 생산량 중 50% 이상을 수출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파라자일렌을 이용해 화학섬유 제품을 만들어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무역 형태다. 따라서 중국이 대미 수출에서 타격을 입을 시 파라자일렌 수입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5일 개최된 '2017년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도 전문가들은 내년 석유화학업계를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호조를 보이지만, 이후에는 시설 정기보수의 마무리 및 셰일가스에서 뽑아내는 에탄분해시설(ECC) 신증설 물량 출회 등으로 업황이 부정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시적 요인이 많아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것도 쉽지 않다"며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다각도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미국 무역전쟁 사이에 껴서 반덤핑·상계관세 부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 철강업계의 사례와 같이 미국의 무역제재가 직접 한국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6월에는 미국 현지 화학업체들이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한국산 가소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LG화학·애경유화·한화케미칼을 지목해 반덤핑 소송을 제기했으며, 7월에는 한국을 포함한 수입산 ESBR(에멀션·스티렌·부타디엔 고무)제품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한 바 있다. 국내 업체 중 ESBR을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는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