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참고인 중지'라는 카드와 100만 촛불 시위 재발 압박감에 결국 청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는 19일 또는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조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면조사를 선호하고 사실상 측근들의 기소 이후 조사를 바라던 청와대로서는 일단 검찰의 압박에 한 걸음 물러서는 양상이다.
현재 검찰은 조사의 구체적 방안을 놓고 청와대 측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이 '마지노선'으로 거론했던 18일보다는 늦어졌지만 주말 조사 혹은 다음 주 초까지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실질적 데드라인에는 충족하게 됐다.
구속 기간 만료 문제로 청와대의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일경에 '비선 실세'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의 공소제기(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법조 주변에서는 예상해왔다.
최씨의 구속 만기가 20일, 정 전 비서관 23일, 차은택씨 28일 등으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한꺼번에 털 필요가 높아졌기 때문.
◆검찰의 18일 마지노선 주장, 청와대는 달갑지 았지만…
청와대는 당초 이 같은 시점을 고려, 20일만 일단 넘기면 대면조사 필요성이 없다는 주장을 관철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청와대 관계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 조사와 관련해 "변호인이 어제 한 말 외에 추가로 언급할 것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던 것이 그 좋은 예로 꼽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때 박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유영하 변호사가 전날(15일) 박 대통령 검찰 조사 연기를 공식 요청한 데 대해 "변호인의 답변과 관련해 (나에게) 답을 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 변호사의 주장에 따라 길게 여유를 달라는 의중을 드러냈던 것.
청와대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조사가 최씨 공소장이 제출되는 20일 이후 이뤄져야 험악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봤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과 측근들을 '공범'으로 적시하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풀이다.
하지만 18일 마지노선이 깨질 상황에 밀리자 검찰 일각에서 '참고인 중지' 논의가 흘러나왔다.
참고인 중지란 주요 내용을 말할 수 있는 참고인이 사라지거나 검찰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 따라 수사를 일단 중단해 놓겠다는 선언 조치다. 범인이 사라져 수사기관이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내리는 '기소 중지'보다는 못하지만, 이 역시 큰 부담이 된다.
당사자가 나타날 경우 바로 수사를 위해 불러들인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더 이상 권력의 주구나 방패가 아니라, 현직 대통령 구사를 위해 노력했지만 강제력 사용의 어려움으로 난관에 봉착했다는 점을 공식 기록으로 주장하는 셈이다. 현직 대통령임을 감안, 굳이 참고인으로 처리하는 등 예우를 다해왔는데 검찰이 이런 태도를 접어버리고 강경 태도를 더 강화할 수도 있다.
반대로, 청와대로서는 박 대통령이 수사를 피해 성역에 움츠리고 있다는 소리가 돼 부담이 커진다. 서면조사를 바라며 대면수사를 거부하는 것과 손익계산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 터지자 결국 검찰과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장 큰 압박 요인은 지난 12일의 촛불집회로 표출된 국민 여론의 악화다. 이런 집회가 18일 마지노선 붕괴로 재점화 즉 더 강한 크기로 터지는 것을 일단 막을 필요가 생긴 것이다.
◆촛불집회 진화 노림수? 검찰은 최소한의 명분만 챙겨
일단 검찰로서는 주말 무렵에 조사를 단행할 길을 튼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명분을 얻은 것으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다만 최씨 등 문제 인물들을 일괄적으로 기소하지 않더라도, 수사를 매듭짓고 기소하는 절차에 부담은 상당히 걸릴 수밖에 없다.
20일 기간 만료 문제로 최씨부터라도 우선 기소를 해야 한다. 공소장에 최씨 혐의를 기재할 때 박 대통령 부분을 명쾌히 적으려면, 청와대와 현재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진 19일에서 20일 조사는 빠듯한 일정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이들 인사들을 순차적으로 기소하는 기법을 활용한다 해도 검찰의 수사에 김이 빠질 수 있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반면 청와대로서는 공범으로 주요 인사들과 박 대통령이 함께 기재되는 문제를 '완벽히'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수사의 예봉을 일정 부분이나마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리게 된다.
아울러 정치적 부담도 일부 덜면서 숨고르기를 할 여유도 잠시 생긴다.
이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본인이 약속한 검찰조사도 받지 않겠다고 정면으로 거역하는 행태"라며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조속히 조사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17일 오전 한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조사 연기 문제에 대해 "검찰이 18일까지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반드시 대통령께서 대면조사를 받는 게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 조사를 원만히 받겠다는 상황으로 전환을 하면서 청와대를 겨냥한 야당 및 일부 여권 내 움직임에 자중지란이 생기길 기다릴 명분을 얻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의 이른바 트럼프 정국 등 대외적 요소, 글로벌 경제 난국 등 위기 속에서 지나친 흔들기는 문제라는 친박의 반발과 호소가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탄핵 논의 등 최악의 상황이라도 우선 잦아들면 다음 대응을 준비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보면, 청와대로서는 정작 표면적으로 승리한 검찰보다 더 큰 이익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