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 세계적으로 국제공항에 '삼성' 'LG' 광고판이 없는 유일무이한 곳이 대만이다. 사실 한국은 대만을 정식 국호인 중화민국으로 부르며 교류하던 몇 안 되는 우방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엄청난 외교적 결례를 범하며 단교를 하고 말았다. 중국이 수교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대만과의 단교였고, 우리는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서울 명동의 대사관을 비우라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만과 관계 회복이 쉽지 않고 서먹하다.
대만과 홍콩, 중국 본토의 많은 사람들과 사업상 교류해 보니, 특히 대만에서 이런 과거의 앙금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만 사람들과 교류해 보면 그들도 역시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 민족인 데다 분단 국가로 우리 한국인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대만에 진출해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걸 더 이상 마다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그걸 바탕으로 중국으로도 눈길을 돌리라고 조언하고 싶다.
대만과 중국, 양안 관계의 기본 골격은 '92공식'이다. 1992년 11월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홍콩에서 회담을 갖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국과 대만이 각자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이런 타협적 인식을 밑거름 삼아 이제 대만은 중국과 많은 경제적 교류를 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과 'ECFA'라는 조약을 맺고 있다. ECFA(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는 '경제협력기본협정'을 말한다. 중국과 홍콩 그리고 대만을 연결해 '적어도 분단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92공식에 의거해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자'는 경제 기조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인들의 여러 다양한 체제를 하나로 묶어주는 기틀인 셈이다.
물론 이 정책은 경제적으로 중국을 장악하고 있는 공산당이 장난을 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것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 협정은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가 부족해 그만큼 개방 수준은 FTA에 비해 떨어진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ECFA도 상품 무역, 서비스 무역, 투자 보장부터 지적재산권 보호 조치에 분쟁해결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무역 관련 내용을 망라한다. 더욱이 양측이 합의에 도달한 분야에는 즉시 관세를 감면하는 조기수확 프로그램(EHP) 도입도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대만은 톡톡히 그 ECFA의 덕을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왜 대만을 주목해야 하는가? 바로 이 ECFA 때문이다. 공산당의 견제 정책으로 이제 중국 현지 시장을 파고드는 데 날로 어려움이 커져가는 우리에게는 유용한 것이 될 수 있다. 대만에 일단 진출하면, 대만이 갖고 있는 이 채널을 이용해 중국으로 진출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아니지 않느냐?'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를 묻지 말고 돈이 되는 일에는 함께하자는 말이다. 중국인들의 이 같은 생각이 오늘날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를 형성해왔고, 또 앞으로 대만과 우리와의 관계 형성에도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관세나 규제, 위생 허가 등 중국의 장벽이 높아지고 중국 진출의 길이 막혀가고 있는 이 때에 한국 기업들은 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금이라도 대만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을 멈춰야 할 때가 온 것이고 대만에 대해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륙을 공략하길 원한다면 먼저 대만을 개척하라고 권하고 싶다. 진심으로 마음을 터 놓고 대만에 사과하고 교류를 넓히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만 맥주라도 그들과 같이 마시면서 솔직담백하게 비즈니스 얘기를 해 보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이훈구 ㈜라인앤지인 대표·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