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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험과 자만 사이 H&M, 이제 콜라보 놓을 때

백유진 기자 기자  2016.11.16 16: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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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매년 11월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SPA(제조유통일괄형) 패션 브랜드 H&M이 올해는 프랑스 브랜드 '겐조'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메인 콘셉트는 '정글'. 주제부터 심상치 않다 싶더니 정식 출시 전 사전 공개된 샘플 사진을 본 소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진 속 모델들이 초원을 연상시키는 난해한 의상을 선보이고 있었기 때문.

이번 콜라보레이션 제품에 대한 패션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H&M은 사진 세 장만으로도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거두는 데는 성공했다. 컬렉션 론칭 전날부터 매장 앞에서 진을 쳤던 이색적인 풍경을 이번엔 찾아볼 수 없던 것.

이는 지난해 H&M과 발망의 콜라보레이션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높은 관심을 모았던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H&M 명동 눈스퀘어점은 지난해 대기인원이 800여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100여명에 그쳤다.

H&M 한 관계자는 "론칭 일주일 전부터 줄을 섰던 발망과의 콜라보레이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당일 새벽부터 줄을 섰으며 아침에 와도 여유 있게 쇼핑할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매출이 높게 나오긴 했지만 확실히 발망과의 콜라보레이션 때와는 비교된 모습"이라며 "발망 컬렉션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구매열풍이 불었는데 겐조 컬렉션은 키링과 맨투맨만 구입했다"고 고백했다.

소비자들의 실제 반응도 냉담하다. H&M에서 겐조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매장을 방문했던 한 고객은 "너무 실망했다"며 "콜라보레이션 제품의 희소성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기는 했지만 자주 입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M 측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고객이 분산된 것이며 실제 구매건수는 높아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응대했다.

그러나 H&M에서 내놓은 긍정적 시장 전망과는 달리, 론칭 전 최대 7개였던 구매개수 제한을 추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치는 그나마 무난한 디자인의 맨투맨을 제외하고는 판매량이 저조했기 때문이라는 H&M 내부의 목소리도 속속 나오는 실정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러'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한 리셀러는 "발망 컬랙션은 8배 이상 높은 가격을 판매할 수 있어서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겐조 컬렉션은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디자인의 난해함뿐 아니라 가격대도 높아 이번 콜라보레이션이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SPA 브랜드와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은 저렴한 가격으로 명품 브랜드의 옷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항상 큰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이번 겐조 컬렉션은 평소 겐조 가격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 구매할 메리트가 적다는 것.

H&M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 중 최초로 지난 2004년 칼 라거펠트와의 협업하는 등 디자이너나 유명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특별한 기획 상품을 디자인하고 판매해왔다.

콜라보레이션은 H&M의 중요한 사업 전략이지만 이번 H&M과 겐조와의 협업은 '전 세계적으로 트렌디한 패션을 합리적으로 선보인다'는 기업 모토와 어긋나 있다. 이번 겐조 컬렉션은 요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트렌드에도 부합하지도,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았다. 실패의 쓴 맛을 기억하고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H&M의 정체성을 되찾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