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소위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사태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퍼즐 풀리듯 새로운 비리사실이 속속 드러난다. 대통령의 사과에도 국민들의 분노와 절망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진실치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엊그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이 헌정 사상 최저치인 5%, 부정평가는 90%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심지어 20대의 경우 지지율은 0%로 파악됐다. 대통령의 권한이양이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언론 역시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신뢰란 문자 그대로 믿고 의지한다는 뜻이다. 공정하고 약속한 사항을 지키고,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믿는 것이다. 신뢰의 축적은 마치 은행의 적금통장과도 같이 오랜 관계에서 쌓인다.
사람·공적제도·정부에 대한 신뢰는 체험과 관계라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그러나 신뢰는 유리 거울과 같아 한 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하나가 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국가 공적 시스템이 최고 권력의 비선이라는 사람에게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우리를 아연케 한다.
주지하듯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어젠다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국가사회 전반을 혁신해 기본이 바로선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부패 △부조리 △불법 △편법 같은 비정상이 어젠다와 180도 달리 자행된 것이다.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일부 관료, 경제단체가 결탁돼 주연과 조연처럼, 때에 따라서는 행동대장처럼 관여했다는 점이다. 인사와 정책, 예산을 주무르고, 재단 설립에 따른 기업출연, 심지어 어느 실세 엘리트 관료는 개별기업의 경영에도 간섭을 했다.
정책을 결정 및 행사하는데 공·사익을 왜곡하고 부정비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공직자 청렴의무를 철저히 져버린 것이다. 공직은 직접 혹은 간접적이든 오로지 국민이익을 위해 수행돼야 한다는 것을 망각했다고나 할까.
아마도 이들 모두는 윤리적인 사고 착란증에 전염돼 자신의 행동은 모두 정당하고,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서 면역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이른바 윤리적 자기도취 현상이다.
아무튼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핵심 관료들까지 집단 구속되고, 수사대상 역시 확대, 대통령까지 나서서 검찰조사를 받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진전과정을 엄중히 지켜볼 일이다.
그동안 우리는 실물경제가 세계 10위권 수준이고 나름대로 선진국 문턱에 접근해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사회적 신뢰 자본을 보여주는 정책결정 투명성, 정치인에 대한 공공 신뢰, 경영윤리 등은 여전히 밑바닥인 100위 수준으로 명실 공한 선진국 진입의 제약요인으로 지적해왔다.
올해 내내 여전히 권력과 유착된 부정비리 문제와 기업행태에 대한 비호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공직자와 기업경영자, 각계 지도자들의 윤리적 의무와 실천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 핵심 중 하나인 재단기금의 기업출연에 강제성과 자발성 시비가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공권력의 권유나 강제에 자유로울 수 있는 우리 기업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실천이 따르지 못하는 공직윤리, 청렴행정, 윤리경영은 장식물에 불과한 것이다. 진열대에 놓여, 달리지 못하는 자전거와 같다. 공공부문, 민간부문이 함께 법을 지키고, 윤리적 가치 충족에 보다 철저한 것이 선진국으로의 진입과 글로벌 우량기업으로 하루빨리 설 수 있는 요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과 윤리라는 자전거 페달을 계속해 밟지 않으면 공공·민간의 두 바퀴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 권력자와 가진자부터, 그리고 나부터 법과 윤리에 정직한 행동과 책임을 다하는 도덕 실천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박종선 세종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