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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의 글쓰는 삶-23]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이은대 작가 기자  2016.11.15 17: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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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어머니는 퇴근을 기점으로 다시 집안일을 시작하셔야 했다. 어렸을 적 기억으로는 늘 바빴던 어머니의 모습이 전부인 듯하다. 그 시절 우리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그렇게 바빴고, 힘에 겨운 삶을 살았다.

바쁜 모습 외에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술을 드시는 모습이었다. 깊이 잠들기 위해 마신다고는 하셨지만 꽤 자주 드셨고, 종종 취하기도 하셨다.

물론 술에 취해 주정을 한다거나 무슨 사고를 일으키셨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린 내 입장에서는 어머니가 술을 드시는 모습이 무조건 싫었다.

술을 마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아주 싫어하면서 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알코올 중독이라는 심각한 상태로 인생을 낭비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고지식하셨다.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분이셨다.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면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 큰 소리로 야단이라도 치시면 차라리 좀 나을 것 같았는데, 인상을 쓰면서 한숨을 내쉬는 아버지의 모습은 오히려 더 큰 부담과 스트레스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오직 공부 외에는 다른 말씀이 없으셨던 아버지에 대해 원망스러운 마음을 안고 컸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아들에게 당신과 다를 바 없이 공부를 강요하고 있다.

술을 드시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공부만을 중요하게 여기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면 나는 그렇지 않아야 했다. 유전적으로 부모를 닮는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었다.

우리 삶에는 이러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 스스로 옳지 않다고 여기면서도 여전히 반복하는 나쁜 습관들, 스스로 옳다고 여기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행동과 도전들이 즐비하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구나 지인들을 통해서도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라 생각하면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책을 통해 위대한 변화를 일으킨 사람들을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성공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전혀 움직임이 없다.

내가 싫은 것은 남들도 싫어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등병 시절에 호되게 당했으면, 병장이 되었을 때 후임병들에게 불합리한 지시는 삼가야 한다.

며느리 입장에서 설움을 많이 겪었으면, 시어머니가 됐을 때 며느리의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어야 한다. 신입사원 시절 주말도 없이 수시로 야근을 했다면, 부장이 됐을 때 아랫사람들의 근무환경을 개선시켜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장이 바뀌었을 때 올챙이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내가 이등병이었을 때는 말이야" "내가 시집왔을 땐 말이다" "내가 신입이었을 때는 말이야."

바뀌어야 할 사람은 병장도 아니고 이등병도 아니다. 시어머니도 아니고 며느리도 아니며, 부장도 아니고 사원도 아니다. 바뀌어야 할 사람은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나를 변화시킴으로서 조금씩 더 좋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다.

부모님의 좋지 못한 습관을 유전 탓으로 돌리며 반복재생하는 것은 스스로를 향한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뭔가 불안하고, 뜻한 바를 이루기가 힘들 때일수록 누구 탓이라 목청 높이지 말고,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차분한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이은대 작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