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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 노조,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1.15 1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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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4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및 정병천 부위원장이 오후 1시30분부터 본사 본관에 위치한 권오갑 부회장의 집무실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는 지난 10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 정모씨가 건조 중이던 선박 내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된 사건에서 촉발된 일로, 현대중공업에 대한 노동부의 특별감독이 끝난 지 8일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여서 더욱 파장이 컸다. 올 들어 11명의 노동자가 현대중공업에서 사망했고 그중 7명이 하청노동자다.

노조는 이 같은 사고들이 발생하는 원인이 재해에 대한 예방책이 없는 사측에 있다면서 사측이 현재 구조조정 방안으로 추진하는 분사·아웃소싱화 등이 산업재해를 더욱 부추겨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며 비판의 칼을 갈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노사 협상테이블을 만든 후 주 2~3회 이상 꾸준히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6개월이 다 돼가는 동안에도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서는 온건한 편으로 분류되는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올해는 쉽사리 노사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새로 선출된 노협 집행부는 선거 공약으로 사측이 추진하는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전면 반대를 내걸었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 9월 이후 임단협 협상이 끊긴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에 대해 이달 11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각각 출자전환과 영구채를 매입하는 자본확충 방안이 발표됐으나 노조가 향후 쟁의행위를 하지 않고 사측의 자구안에 따른다는 동의서 제출 조건이 붙은 바 있다. 

동의서 제출 데드라인은 채권단의 이사회가 예정된 오는 18일로 알려졌으나 대우조선 노조는 절대 따를 수 없다고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해당 자구안은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만이 고통을 부담'하는 안건이라는 것이다.

조선업계 노조들이 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사측의 일방적인 자구안과 임단협에 절대 합의할 수 없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임단협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민심도 노조에게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의 관심이 이미 조선업계 노사에서 시들해진 데다 오히려 다른 업계에 비해 조선업계는 특혜를 입은 게 아니냐는 공격적인 시각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와대에서 있었던 서별관회의 등으로 4조2000억원의 막대한 지원을 받은 대우조선 노조가 구조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부당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똑같이 완전자본잠식상태에서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가 최악의 상황을 맞은 한진해운 사례도 있다. 대우조선에게만 몇 번씩 기회를 주고 있는 현재 상황만으로도 특별대우가 아니냐는 타 업계의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노조의 억울함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파업과 쟁의에 관한 명분 찾기보다는 생존이 가장 먼저인 때다. 더 이상은 물러설 곳도 없다. 사측 역시 노조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식의 떠넘기기를 멈춰야 한다. 서로 한 발짝 다가서는 결단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