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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책임 부정…가습기 살균제 소송 2라운드 쟁점 변화?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1.15 15: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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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제조업체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국가의 배상 책임이 부인돼 이번 판결이 향후 재판 진행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는 15일 최모씨 등 10명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세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는 원고들의 주장, 즉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판매업체로서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한 성분이 있음에도 객관적인 근거 없이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한 것처럼 표시했다"는 부분과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나딘)의 유해성을 알고도 제조, 판매해 피해자들이 생명을 잃거나 회복할 수 없는 폐질환 등으로 고통을 겪게 했다"는 내용이 인정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세퓨와는 소송을 진행하는 와중에 옥시레킷벤키저와 한빛화학, 롯데쇼핑 등 다른 업체와는 조정 성립이 이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원고 측은 이들을 상대로도 배상을 청구했었으나, 소송 과정에서 이들 일부 업체와는 조정이 성립돼 사회적 논란 크기에 비해서는 다소 맥빠진 소송이 됐다는 풀이도 조심스럽지만 나오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가 강한 반격을 펼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이 뒤집힌 셈이다.

한편, 재판부는 국가에 대한 배상 청구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관리 감독상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를 한 점에 대해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충분치 않다고 봤다. '향후 증거조사가 더 이뤄진다면 항소심에서 추가적인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사법부의 눈높이를 향후 원고 측이 어떻게 보강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월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유가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국가(행정감독당국)의 주의의무'라는 요소에 대한 보수적이고 신중한 입장이 다른 유사 사안에서도 유지될 여지가 있다.

한편, 환경소송 등 진일보한 소송 분야에서도 원고와 피고간 입증책임 전환과 같은 책임 추궁 방법의 변경이 이뤄지는 것이지 무한정 인과관계 성립 인정의 특혜를 주는 것까지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의 관리 부실 문제에 대한 배상 성립을 이끄는 것은 향후 긴 발전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의 한계가 두드러진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결국 가습기 살균제 관련 문제의 해법은 조정 등 중간 타협으로 업체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선에서 끝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