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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진해운 사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국내 선사합병 시 선박 보유량 세계 6위로 해양강국 재도약 가능성 충분

허문구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장 기자  2016.11.15 15: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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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539건, 1억 9287만달러'

무슨 숫자일까? 바로 한진해운 사태 이후 지난 10월 31일까지 무역협회 물류애로신고센터에 접수된 수출피해 상황이다. 지난 두 달간 우리 수출기업들은 비상 대체선박의 확보, 해상운임의 인상, 납품기한 재협상, 수출 대체품 재생산, 바이어의 계약파기 통보 등 실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부산의 경우 같은 기간에 40여개 수출업체가 약 5000만달러의 수출피해 금액을 신고했다. 부산에 소재한 수출기업뿐 아니라 운송업, 하역업, 화물검수업, 선용품공급업 등 300여 항만관련 업체들의 피해규모 역시 엄청나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문제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번에 한진해운을 이용했다가 물류대란을 맞은 우리나라 무역업체는 전체 8300여 업체 중 10% 내외며 나머지는 모두 미국 등 외국기업들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외국기업들 역시 납기를 지키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한진해운과 한국을 원망하면서 한국의 대외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많은 이슈와 물류대란을 일으켰고 현재도 그 향방을 예단할 수 없는 작금의 사태를 볼 때마다 자칫 이번 한진해운의 성급한 법정관리 사태가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상황을 만들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장기적 대안과 대책을 가지고 접근해서 풀어야 할 국가기간 산업이자 안보산업인 해운업의 구조조정을 조선업이나 제조업과 같은 눈높이로 보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하지 않은 채 해결하려 든 게 아닌가 싶다.

실제 한진해운 사태의 여파로 인해 올 9월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전년대비 5% 감소하며 동북아 중심항만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줄곧 흑자였던 운송수지 또한 2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 5년 9개월만에 최대의 서비스 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언론을 통해 나오는 보도를 보면 유감스럽게도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우리나라가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6위의 수출규모를 달성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한국 최대의 선사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염려된다.

한진해운 최대의 알짜자산인 미주-아시아 노선 영업권과 미국 롱비치 터미널의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채권단이 담보로 잡은 한진해운 소유의 선박이 매각절차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한 때 세계 7위의 정기컨테이너 선박회사였다는 화려했던 이름만 남기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한국인, 그리고 무역인의 한 사람으로 한진해운이 국제무대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은 크게 애석하다. 하지만 IMF 사태의 아픔이 우리에게 흉터로만 남지 않고 우리 산업구조가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로 말미암아 발생한 위기를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 우리 해운산업의 새 미래를 준비하며 재도약 할 수 있는 기회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으로 정부는 지난 10월 31일 조선 및 해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6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물론 해운업계에 대한 자금지원만으로 추락한 경쟁력이 올라가기는 어렵다. 세계 최대의 정기선사인 머스크사가 끊임없이 다른 선사들을 흡수합병하고, 최근 일본 최대의 3대 선사들이 합치기로 결정한 것은 국제 해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나름대로 실적호조를 보이는 우리 중견 해운사를 제대로 선별해 육성하면서 이들 선사 간 인수합병(M&A)이나 제휴 등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힌다면 세계 5대 해운강국으로의 재도약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 본다.

더불어 부산에 국제해운거래소의 조속한 설립 등을 통해 해운산업의 자생적 발전 토양을 만들고, 세계 최고수준의 조선경쟁력과 선박보유량 6위라는 자산을 잘 활용한다면 해운입국의 미래를 다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입지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우리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적 선사에게 해운주권을 빼앗긴 채 우리 무역업계가 이들에게 휘둘리며 물류애로를 겪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상황이 절대로 생겨서는 안 된다.

부디 이번 한진해운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수출입화물이 우리의 바닷길로, 우리의 국적 선사를 이용해 5대양 6대주를 더욱 활기차게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 

허문구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