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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칼럼] 감정노동자의 산재 인정

차남석 노무법인 태양 대표노무사 기자  2016.11.14 17: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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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노동과정에서 업무상 사유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는 것을 산업재해라고 합니다. 사고의 경우는 입증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업무상 질병의 승인율은 전체 신청 대비 45.1%(2014년 노동부)에 불과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감인 셈이죠. 하지만 이런 산재 사고와 질병 연구를 파고드는 이들도 있습니다. 산재 전문 노무법인들인 '소망' '태양' 그리고 '산재' 소속의 전문가들이 번갈아 산재 노하우와 소회를 적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블랙컨슈머' '갑질고객'이 저지르는 만행을 언론 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이러한 소비자의 횡포에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부당한 요구나 언행을 감내해야 하는 상담원 등 근로자의 희생이 뒤따른다.

'고객이 왕'이라는 말은 고객을 왕처럼 극진히 모신다는 의미지만, 일부 몰상식한 소비자는 이를 악용해 근로자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일삼는 폭군처럼 구는 경우가 빈번해 지고 있다.

고객응대 등 업무수행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이 실제 느끼는 감정과는 상관없이 특정 감정을 표현하도록 요구되는 일에 종사하는 근로자 숫자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을 흔히 '감정노동자'라고 부른다. 그 규모의 성장에 비해 감정노동자의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비롯한 노동법의 태도였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기커녕 사업주에 의해 근로자의 피해가 묵살되거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강했던 것이다. 실제로 감정노동자의 정신과적 질병 내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2차적인 질병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재해 인정비율이 여타의 질병에 비해 낮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감정노동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숨죽이고 있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감정노동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개정돼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우울병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를 규정하고 있다. 그간 법률에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사유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이제는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 이후 감정노동자의 적응장애가 승인된 첫 사례도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부산 지역 이마트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근로자가 50대 남성에게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과 폭언을 10여분 동안 듣고 불안감과 불면증으로 인해 적응장애와 불면증 등을 앓게 되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한 결과 공단은 고객과의 갈등에서 적응장애가 유발돼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결정을 했다. 지난달 24일에 한 매체에 보도된 내용이다.

물론 이러한 사례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신과적인 진단과 업무상 근로자가 겪은 폭언이나 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의 상담이나 주변의 조력을 통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걸어 본다.

차남석 노무법인 태양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