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료방송업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유료방송발전방안'의 공개 검증이 지난주 2차 공개 토론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유료방송발전 연구반의 연구 결과에 관련 업계는 대체로 '그간의 노력에 감사하다'는 말로 수용했지만, 권역제한 폐지, 방송-통신 결합상품, 지상파 별도상품 세 가지 쟁점만큼은 각 업체별 입장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틈만 나면 재현되는 이동통신사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식 경쟁' 양상이 이날 유료방송 시장의 발전을 논하는 자리에서도 여과 없이 나타났다.
SK텔레콤과 케이블방송사 간 동등결합상품 판매를 놓고 KT와 LG유플러스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서 시작됐다.
지난 9일 오후 2시 토론회가 시작함과 동시에 KT와 LG유플러스는 공동자료를 배포하고 'SK텔레콤의 결합상품 재판매는 유료방송시장 발전에 실효성이 없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문제제기함과 동시에 'SK텔레콤의 인터넷 결합상품 재판매 자체를 '법령에도 근거 없는 위탁판매'라고 날을 세웠다.
이 자료가 배포됐음을 알게 된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 경쟁사를 향해 "실체 없는 지배력 전이를 이야기하면서 앞서나가려는 사업자의 발목잡기를 한다면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아 마땅하다"고 거침없이 발언했다.
십자포화는 본래 앞뒤 양옆에서 쏘아서 교차되어 떨어지는 포탄을 이르는 군사용어지만, 정치권 등에서는 '전방위 비판'이 가능한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도 사용돼왔다.
여기에 LG유플러스 관계자까지 "'무면허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 자리에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되받아쳤다.
정제된 단어와 논리로 토론이 이어져왔던 분위기는 한순간 무너진 셈이다. 객석에서는 실소와 함께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사회자는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단속시켰다.
대표적인 내수산업인 이동통신업은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래서인지 경쟁은 매번 치열해져만 가고, 가끔은 '굴지의 대기업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보는 이들까지 부끄럽게 하는 모습도 스스럼 없이 보여준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동통신사'라고 하면 나름의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공익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보다 가입자 확보 및 수익 증대라는 기업의 가치를 잘 수행하는 사업군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부가 '권역제한 폐지'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며, 지금은 케이블방송사업자에만 부여된 '지역성 활성화'라는 공익 의무를 IPTV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업자에도 줘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 실현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전문가들 중에는 권역제한이 폐지되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투자와 경쟁은 인구와 고수입자가 많은 수도권 지역에만 몰릴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이 같은 우려는 유료방송발전방안 초안을 마련한 유료방송발전 연구반 내에서도 나오는데, 연구반 소속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IPTV 서비스가 도입될 때 우려가 현실이 된 것처럼 지역사업권을 폐지하면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독점화될 수 있다"며 "방송 공공성이 약화되고 시청자의 선택 가능성에도 제한이 있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자사 통신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일삼아 급기야 시장 규제법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등장했고,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규제기관의 시정명령과 벌금이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익 실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데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준비하며 오래된 법을 개선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사업자들 간 자유로운 경쟁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는 알겠다.
그러나 낯 뜨거운 경쟁을 되풀이하는 이동통신사업자에 공익 가치를 부여하기 앞서 실현 가능성도 반드시 따져야 한다. 또한 우려되는 일들을 막아낼 수 있는 보완책도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