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전혜인의 이런 마니아] '뇌가 섹시'해지는 추리소설의 세계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1.11 16:57:5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누구나 취미생활 하나쯤은 있겠죠. 어떤 사람은 운동을 좋아해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또 어떤 사람은 추리소설 등을 보며 머리를 바쁘게 쓰기도 합니다. 그런 대신 지갑을 분주하게 여닫는 이도 있겠죠. '이런 마니아'에서는 현대인들의 여러 수집 취미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소개합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세요? 어떤 사람들은 굳이 쉬는 시간에까지 복잡한 책을 읽고 생각하는 수고를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거 같지 않게 기이하고 난해한 사건에 몰입해 머리를 쓰고 답을 찾는 것으로 지친 마음을 환기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난해한 의문에 빠진 사건이 등장하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추리와 논리를 통해 이 사건의 미스터리를 해결해 가는 소설을 일컫는데요. 최근에 와서는 그 의미와 범위가 변화되고 확장돼 '추리소설의 탈을 쓴 로맨스'나 '공포물 같은 추리소설' 같은 것들도 추리소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같은 영어권이지만 영국에서는 추리소설을 'detective story(탐정소설)'로, 미국에서는 'mystery story(신비소설)'로 부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추리소설은 현재 탐정소설에서 신비소설로 확장돼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추리소설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셜록 홈즈'나 '아르센 루팡' 시리즈가 바로 대표적인 탐정소설로 꼽힙니다. 탐정소설이라는 장르는 1841년 출간된 에드가 앨런 포의 '모르그가 살인사건'에서 시작됐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인데요. 따라서 주인공 '오귀스트 뒤팽'은 공식적으로 추리소설에 등장한 첫 탐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 현재도 드라마·영화 등 여러 미디어에서 재해석하는 셜록 홈즈(아서 코난 도일), 대도에서 탐정이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아르센 루팡(모리스 르블랑), 작가 이름이 곧 이야기 속 주인공 탐정의 이름과 같은 엘러리 퀸(엘러리 퀸) 등 20세기 초를 절정으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작품 속 탐정들이 많이 탄생했죠.

그 중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추리소설가는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을 탄생시킨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인데요, 그녀 자신도 행방불명됐던 경험이 있는 등 신비한 이력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정력적인 소설가로 출간한 작품만 해도 80여권입니다. 언젠가 전권으로 모을 거라고 벼르고 있느라 실제로 소장하고 있는 책은 한 권도 없네요.

탐정소설이 절정을 이룬 20세기 이후, 요즘은 '나올 만한 트릭은 모두 나왔다'며 더 이상 신기한 반전과 추리를 기반으로 하는 탐정소설은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 출간된 소설이 100여년 전 소설의 아이디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니까요.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스파이소설이 번성한 일이 있었고, 이후에는 미스터리 장르가 대세를 얻게 됐죠.

특히 일본의 추리소설은 영미권과는 달리 사회적 문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전 추리소설에서 사건은 일반적인 사람은 차마 계획할 수도 없이 기묘하고 잘 짜여져 있어야 하고, 뛰어난 직관력 또는 지능을 갖춘 탐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당대 사회적 배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범죄나 사건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와서 '사회파' 미스터리라고도 불립니다.

특히 일본의 추리소설들은 그 사회적 배경이나 문화에 있어 우리나라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서 쉽게 읽히고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다수 미디어믹스 된 바 있죠. 2009년 개봉한 영화 '백야행'과 2012년에는 '용의자 X'와 '화차'가 개봉하는 등 뒤틀린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일본 원작소설들이 많이 리메이크됐는데요.

고전적인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현대 미스터리물은 추리소설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맥이 빠지고 재미없다는 평을 내리는 반면, 고전은 그저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진다면 현대물은 정말 요즘 어디선가 일어날 법해서 훨씬 몰입된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죠.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들지는 개인의 취향 차인 듯해요.

지금까지 외국의 추리소설만 설명했는데요, 사실 한국에서 추리소설은 자국 작가들이 가장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장르 중 하나입니다. 장르문학 중에서 로맨스, 무협 등 최근 신진 작가들이 업계를 부흥시키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추리문학 시장은 한국형 추리소설의 대부라고 불리는 김성종 이후 업계의 대표작가가 된 정유정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활발하지 못한 처지죠.

추리소설의 마니아로서, 언젠가 다양한 한국 추리문학 작가들을 소개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