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필리핀과 미국이 선택한 '막말 대통령'

추민선 기자 기자  2016.11.10 09:07:2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9일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승부를 펼친 도널드는 성추문 스캔들, 막말 파문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막말 논란에도 불구,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또 있다. 필리핀 16대 대통령에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그 주인공이다.

트럼프의 당선에서도 알수있듯 미국사회는 보수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필리핀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막말과 기행을 서슴치 않았던 정치인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범죄자를 극형에 처하겠다는 등의 극단적인 공약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이유도 있지만 필리핀 국민들이 그를 지지한 진짜 이유는 다름 아닌 세습 권력층에 대한 분노였다.

필리핀은 거의 모든 대기업의 오너는 물론 고위 공직까지 30여개 명문 가문이 수십년째 독점하고 있다. 아키노 전 대통령도 명문가 출신이다.

매년 6%씩 필리핀 경제가 성장했지만 권력자와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갔고 서민들은 갈수록 가난해졌다. 권력가문 출신이 아닌 두테르테가 집권할 경우 오랜 세습정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두테르테 못지않은 막말로 유명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 예비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결국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테르테와 흡사한 부분이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두테르테의 당선 배경엔 수십년 지속돼온 필리핀 내 일부가문의 정치적·경제적 기득권 독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염증을 느낀 다수의 필리핀 국민들이 과격하지만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두테르테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트럼프 역시 그의 주 지지층인 백인 블루칼라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멕시칸을 중심으로 한 히스패닉과 무슬림에 대한 비난으로 해소시켜 줬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중국을 주 타깃 삼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침체된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의 당선 배경에는 트럼프가 주창한 아메리카니즘으로 대표되는 신고립주의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보호무역주의, 국수주의, 민족주의, 인종차별주의가 다시 되살아난 것을 의미한다.

팍팍한 살림살이가 나아질 게 없는 미국 중하위층의 백인들 중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트럼프의 발언에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은 자유무역으로 인해 과거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가져왔다. 빅3라 불리는 포드, 크라이슬러, 제너럴 모터스사가 멕시코 및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백인 노동자들의 실직이 줄을 이었고 디트로이트는 도시 파산을 선고할 정도였다.

미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모든 멕시코인이 범죄자는 아니다. 그러나 범죄자의 대부분은 멕시코인이다."

트럼프는 아시아, 멕시코 이주자들에게 일자리가 너무 많이 돌아가는 게 문제라며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벽을 쌓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자국민의 일자리 보존과 마구잡이로 유입되는 멕시코 이주자들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철저한 자국민 보호주의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는 성추문 스캔들과 막말 파문에서도 미국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최대 경합지로 꼽힌 플로리다를 방문했을 당시 가정집 마당에 꽂혀있는 트럼프 지지팻말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소 지나친 비유일수 있겠으나 지난 1932년 독일 총선을 통해 원내 1당이 된 후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총리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저변에는 당시 1929년 대공황 이후 피폐해진 독일 내 경제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히틀러와 나치당은 독일 내 우대계 자본과 서방국가들의 간섭으로 규정지우며 강하게 비난했고, 그들의 선동에 많은 독일인들이 현혹됐다.

브렉시트 역시 마찬가지다. 자국중심의 정책에 목말라있던 영국국민들은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말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은 조선족과 외국 노동자 문제를 대입해보면 쉽게 이해가가는 부분이다.

전세계적으로 인종에 대한 보수적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내년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번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한 국내 현실이 내년 대선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되는 부분이다.